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표현이 단 한 번만 나온다. 그것도 책의 중간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부분에서 지나가듯 언급된다. 방대한 그의 저작 전체를 고려해도 <철학논집>과 <도덕감정론>에 각각 한 번씩 나오는 구절을 포함해 단 세 번만 등장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압축하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 왔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은 책마다 다른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이 짧은 표현은 수많은 오해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보이지 않는 손’은 <도덕감정론>에선 ‘공감(sympathy)’의 원리를 지칭했다. <국부론>에선 완전경쟁에 대한 비유, 개인의 이기심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선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직접 등장하는 부분보다는 주로 “우리가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양조장 주인·빵집 주인의 자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라는 구절과 함께 설명된 영향이다.
이런 <국부론>을 둘러싼 통념은 윤리학적 성격이 강한 애덤 스미스의 전작 <도덕감정론>과의 연관성을 두고 끝없는 논쟁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도덕감정론> 속 ‘공감(동정)’과 <국부론>의 ‘이기심’이라는 대립적인 키워드가 쉽사리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제이컵 바이너는 “<국부론>은 난해한 책이 아니라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라며 책 속의 여러 주장 중에서도 ‘자유’와 ‘시장’을 중시했다.
반면 전문 애덤 스미스 연구자들은 “<국부론>이 이기주의를 찬양하는 것으로만 일방적으로 읽혀선 안 되고 보다 포괄적인 도덕 및 사회 철학의 일부로 이해돼야 한다”고 맞섰다. 수백 년을 이어온 이런 대립을 두고 ‘애덤 스미스 문제(Das Adam Smith Problem)’라는 ‘우아한 이름’도 붙어있다.
1776년 출간된 <국부론>은 흔히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의 생산, 분배 및 소비와 연관된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근대 학문인 경제학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정부개입을 철폐해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주장을 사상 처음으로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국부론>에서 제기된 가치 결정과 가격 이론, 노동생산성, 분배론, 경제성장, 국가 개입 같은 경제 문제는 오늘날 경제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화두이기도 하다.
서론과 5편 32장으로 구성된 <국부론>은 “한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 국민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모두를 공급하는 원천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핵심 논지는 책의 전편에서 일관되게 다뤄진다. 경제학 서적은 딱딱하고 따분할 것이란 선입관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생동감 넘치는 문장은 책의 또다른 강점이다. 유명한 ‘핀 제조 공장’의 분업에 관한 묘사, 물과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한 설명 등이 대표적이다.
애덤 스미스의 시선은 입체적이기도 하다. “노동은 모든 상품 교환가치의 진정한 척도”라며 노동가치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부론>에 ‘번영’이라는 단어가 27번 등장할 동안 ‘불평등’이라는 말도 18번 나올 정도로 불평등과 격차 확대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출간 직후부터 힘을 발휘해 ‘경제적 방임주의’를 19세기의 시대정신으로 만들었다. 출간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국부론>이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가 철저하게 시장에 밀착해서, 현실을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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