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맛있는 반찬은 본인부터 먹고보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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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맛있는 반찬은 본인부터 먹고보는 할머니

할머니 임봉근씨(95)와 손녀 임다운씨(35)는 성(姓)이 같다. 할머니가 외도를 일삼던 남편을 떠난 뒤, 자녀들의 성을 자기 것으로 과감히 바꾼 결과다. 수십년 뒤 손녀는 이런 아픈 가족사를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올렸다. 마침 공연을 보러 온 출판사 편집자가 “책을 써 보자”고 했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의 편지 및 에세이를 묶은 <오늘내일하는 사이>가 탄생했다.

임봉근씨는 손녀를 끔찍이 사랑하지만, 헌신만 하는 뻔한 할머니는 아니다. 좋은 반찬은 본인이 먼저 집고, 영양제 박스를 받으면 글루코사민까지 챙겨달라 요구한다. 트로트 가수 장민호와 데이트하는 꿈을 꾸고, 노인복지관에 매일 나가 한시(漢詩)를 풀이한다. 손녀 결혼식 축가도 직접 불렀다. 책에는 한 인간의 이런 입체적인 면모가 녹아 있다.

손녀의 글에도 유머가 가득하다. 이 시대 흔치 않은, 할머니와 손녀의 달콤쌉싸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낸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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