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족 연쇄살인범' 린위루…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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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인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대상이 흉악 범죄자일 경우에도 가능할까.

[책마을] '가족 연쇄살인범' 린위루…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나

신간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책은 어머니, 시어머니, 남편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돼 대만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연쇄살인범 린위루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 후무칭이 3년간 린위루를 면담하고 서신을 주고받은 내용을 기록했다.

수사 결과,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린위루에게는 ‘흑과부거미’, ‘희대의 패륜 며느리’ 등 여성 범죄자에게 덧씌울 수 있는 가장 혹독한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는 2013년 사형이 확정됐으며, 대만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수감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남아 있다.

책은 사건 경위와 언론 보도,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시작한다. 세간의 판단을 지운 ‘열린 글쓰기’로 연쇄살인범의 과거와 작가 자신의 지난 삶을 겹쳐 쓰는 방식을 택했다.

상·중·하편으로 나뉜 이 책의 백미는 범죄자 린위루가 쓴 날것의 자서전이 실린 중편이다. 상편에서 저자와 단편적으로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도구화하려는 린위루를 만난 독자들은, 중편에서 1981년생 린위루의 막장 같은 인생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친족 성폭력, 가정폭력, 유흥업소 경험,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과의 만남 등 한 여성이 지속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독자들은 자신을 저자에 투영하며 린위루의 범죄 동기와 더불어, 그가 쓴 내용의 진위를 두고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린위루가 남편을 살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결혼생활 내내 이어진 남편의 도박 중독이었다. 이민사회였던 대만에는 ‘불안 심리’가 퍼져 있었고, 그 틈에서 도박이 쉽게 번성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이것이 린위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도박에 물들었던 자신의 가족사도 고백한다. 이는 경제적 부흥기를 겪으며 더욱 짙어졌던 대만 사회의 보편적 그림자였고, 매우 충격적인 대목이다.

하편에서는 자서전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린위루 사건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교도관, 심리상담사, 정신감정의, 담당 경찰, 린위루의 친언니와 이웃 주민들까지.

사법체계가 가진 경직된 시각과 대중의 분노 사이에서 저자는,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묻는다’는 태도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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