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지난 5000년 동안 인간은 유일한 ‘읽는 종’이었다. 읽기는 인간의 뇌와 공감력, 비판적 사고를 진화시킨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학생들은 과제물 읽기를, 직장인들은 문서 읽기를, 연구자들은 자료 읽기를 인공지능(AI)에게 맡긴다. 기계가 작성한 언어가 표준이 되고 인간의 것은 예외가 되는, 이른바 ‘텍스트포칼립스’ 세상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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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사람들’은 30년 넘게 읽기와 기술의 관계를 연구해 온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이 쓴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읽기 능력의 소멸이다. 읽기 능력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AI가 내미는 빠른 지름길과 그럴듯한 요약에 기대다 보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사고의 근육은 조용히 약해진다.
오늘날 미국 성인의 절반은 문해력이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 뼈아픈 것은 독서량 하락세가 가장 가파른 집단이 ‘대학 졸업자’라는 사실이다.
AI의 읽기 방식과 인간의 읽기 방식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AI는 의미를 생성하지 않는다. 통계적 예측을 실행할 뿐이다. 반면 인간의 읽기는 지금껏 읽은 다른 텍스트, 가본 장소, 나눈 대화, 삶의 경험을 끌어와 의미를 찾는 능동적 과정이다.
AI에게 읽기를 외주화한 인간은 머지않아 판단마저 외주화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경고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조차 스스로 정하지 못한 채 AI가 건넨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읽기를 판단·학습·즐거움·사회적 연결 등 네 가지로 나누고, AI가 각 영역에 어떻게 파고들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생각의 외주화가 당연시되는 지금, 읽기 능력을 손에서 놓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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