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미국의 한 억만장자 기업가가 17세 아들의 혈장을 뽑아 자신의 혈관에 주입했다. 다시 자신의 혈장을 일흔 넘은 아버지에게 주입하자 아버지의 노화 속도는 71세에서 46세로 줄었다. 사이비 의학처럼 들리지만, 이는 현재 실리콘밸리를 사로잡은 새로운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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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설계자들’은 영생을 좇는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실체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들을 ‘불멸주의자’라 칭하며 욕망의 거미줄에 얽힌 인물들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특이점을 신봉하며 하루 수십 알의 영양제를 먹는 구글의 기술자 레이 커즈와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는 일론 머스크, 법체계를 혁신하려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까지 여러 사례를 다룬다.
알파벳과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노화를 해결할 바이오테크 자회사 칼리코를 출범시키며 “암 정복은 그리 대단한 진보도 아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은 수명 연장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에 1억 8000만 달러(약 2650억 원)를 투자했다.
이들에게 영생은 기술 발전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10년 전엔 오늘날의 챗GPT를 상상하지 못했듯, 10년 후 인류는 상상도 못 할 긴 수명을 누리게 되리라 믿는다. 신체는 고장 나면 고치면 그만인 기계라는 인식이 이들의 바탕에 깔려 있다.
책은 이면의 그늘도 짚는다. 미국의 일부 빈민은 자신의 혈장을 기증해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의 혈장은 의료시설로 옮겨지거나 영생의 재료로 쓰인다. 부유한 이들이 지갑을 열어 노화를 되감는 동안, 부의 불평등은 수명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영생이 신화가 아닌 비즈니스로 변한 오늘, 저자는 묻는다. 죽음은 정말 기술 아래 정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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