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가 고기압 북상 막아…'지각 장마'에 농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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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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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시작되는 ‘지각 장마’에 폭염이 먼저 한반도를 찾아오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 땡볕 더위에 병해충이 급증하고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시작일과 휴가철이 맞물릴 것으로 예상돼 상인의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5년 만에 ‘7월 장마’

찬 공기가 고기압 북상 막아…'지각 장마'에 농가 비상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평년(1991~2020년) 대비 최대 1주일 이상 늦어져 7월에 시작될 전망이다. 평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 6월 19일, 남부지방 6월 23일, 중부지방 6월 25일이다.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제주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된 것은 1982년(7월 5일), 2021년(7월 3일)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이 세 번째 ‘7월 장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마가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북쪽의 찬 공기가 꼽힌다. 최근 러시아 우랄산맥과 캄차카반도 부근에서 발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위도의 영하 15도 이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가로막고 있다. 이 영향으로 6월 하순에도 아침·저녁은 비교적 선선하고, 낮에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찬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막으면서 현재 정체전선은 제주도 남부 먼바다에 머물러 있다. 장마가 시작되려면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까지 세력을 확장해 정체전선을 북상시키고, 비구름대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땡볕 더위에 농가 피해 확산

고온 건조한 환경에 창궐한 아메리카잎굴파리 애벌레가 상추를 갉아먹은 모습.  /독자 제공

고온 건조한 환경에 창궐한 아메리카잎굴파리 애벌레가 상추를 갉아먹은 모습. /독자 제공

장마가 늦어지고 더위는 일찍 찾아오면서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저온성 작물은 생육이 더뎌져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상추와 시금치가 대표적인 저온성 작물로, 적정 생육 온도는 15~20도 수준이다.

엽채소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기준 이날 적상추 100g의 소매가격은 1100원으로 전월보다 24.1%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100g)는 13.2%, 대파(1㎏)는 2.7% 상승했다.

고온 건조한 날씨로 총채벌레, 아메리카잎굴파리 등 채소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도 급증했다. 해충 피해를 본 농작물 잎에는 흰색 반점이 생기거나 잎이 쪼그라들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충북 음성에서 쌈채소를 재배하는 전모씨(55)는 “아메리카잎굴파리 애벌레가 상추를 파먹어 절반가량을 버렸다”며 “약을 뿌릴 수도 없어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박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에서는 우박으로 사과가 멍들고 배추에 구멍이 뚫리는 등 농작물 126㏊가 피해를 봤다.

해수욕장과 계곡 인근 상인들에게도 지각 장마는 달갑지 않다. 성수기와 장마철이 맞물리면 피서객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충남 천안 북면계곡 인근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65)는 “장마가 늦어지면서 손님들도 일정을 쉽게 못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비가 예보되면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을 예상할 수 없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5)는 “이제 휴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7월에 비가 많이 올까 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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