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라 ‘아파트거래허가구역’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달 강남 3구(강남·서초·용산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향후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아파트는 2200개 단지, 40만 가구에 이른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한 달여 만에 결정을 번복해 확대 재지정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정책 일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이다. 한 구의원은 “주민 기만 행위”라고 했다. 서울시가 강남권과 주변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손바닥 뒤집듯 극약 처방에 나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교하지 못한 정책 번복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그동안 특정 구역이나 동 단위로 적용했다. 투기적 거래와 무관한 곳까지 불필요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 재산 침해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 수단이다. 대상을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구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만 규제한다는 ‘핀셋 정책’을 강조해왔던 서울시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커지고 있다. 한 아파트 내에서 주소가 용산구와 마포구로 나뉘는 등 행정구역이 혼재돼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된 단지도 있다. 서울 송파구와 성남·하남시가 섞인 위례신도시에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규제 여부가 갈렸다. 송파구와 용산구 가장자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 주민은 “우리가 왜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한다.
아파트만 콕 집어 규제하다 보니 맹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용산구에 있는 고급 주택 ‘한남더힐’은 32개 동 가운데 11개 동이 4층 이하로, 건축물 용도가 연립주택이어서 규제에서 제외됐다. 용도상 5층 이상 공동주택은 아파트, 4층 이하 공동주택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규제 비켜 간 고가 주택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타워팰리스’와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앤드롯데월드몰(시그니엘 레지던스)’ 등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타워팰리스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는데 오피스텔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역시 오피스텔로 분류돼 있다. 국내 최고가 오피스텔도 규제에서 비켜 간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9년 처음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중동 특수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땅 투기 억제를 위해 토지거래허가·신고제 도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권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건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다. 그해 6월 1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 차단을 위해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잠삼대청)을 규제로 묶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후 ‘풍선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4개 구 아파트 전체를 묶은 사상 초유의 무분별한 규제를 바로잡는 게 순서 아닐까.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모색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