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마카롱·치즈케익 가능?“…180도 바뀐 명절 차례 문화

13 hours ago 8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차례상. 샌드위치, 햄버거, 치즈스틱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음식들이 올라와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차례상. 샌드위치, 햄버거, 치즈스틱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음식들이 올라와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치즈케이크, 해시브라운…

모두 ‘차례상’에 올라 화제가 된 음식들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차례상 간소화를 선언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원하는 음식을 올리는 차례상 문화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성균관이 정립한 “간소화 된 차례상”

챗GPT로 재구성한 성균관의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의 모습.

챗GPT로 재구성한 성균관의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의 모습.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이제까지의 차례상이 제사상을 기준으로 차려져 부담이 크다며 ‘차례상 간소화’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20가지가 넘어가는 차림이 아닌, 과일을 포함한 9가지의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를 만들었다.

성균관이 밝힌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4가지) △술이다. 여기에 추가한다면 고기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가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좋아하는 음식 올려”…차례상 180도 변했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차례상들. 왼쪽은 프랑스 디저트인 마카롱을, 오른쪽은 치즈케이크가 차례상에 올라와 있다. (출처=X, 루리웹 캡처)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차례상들. 왼쪽은 프랑스 디저트인 마카롱을, 오른쪽은 치즈케이크가 차례상에 올라와 있다. (출처=X, 루리웹 캡처)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차례상이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설 차례상에 치즈케이크를 올렸다. 그는 “어차피 내가 먹을 건데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진과 함께 인증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Subway)의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올리기도 했다. “조상님도 맛봐야 하는 맛”이라며 마카롱을 올린 누리꾼도 있다. 이에 사람들은 “완전 MZ 하다”거나 “조상님도 신문물을 드셔볼 때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육류를 중심으로 차리는 반면 바다와 가까운 경상도는 상어고기 ‘돔배기’를 올린다. 강원도는 나물과 감자 등 농작물이 주를 이루며, 쌀이 귀한 제주도는 빵을 올리기도 한다. 전라도의 ‘홍어 무침’, 충청도의 ‘배추전’도 차례 상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예절’에서 ‘실용’으로 변하는 차례 문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출처=뉴스1)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출처=뉴스1)
차례상의 변화는 치솟는 물가와 1인 가구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차례상 비용은 31.5% 올랐다. 특히 육류·과일 값이 급격하게 뛰면서 구색만 갖추고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는 ‘가성비 차례상’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명절 문화의 핵심이 ‘예절’에서 ‘실용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전통적인 상차림의 예절은 사라지고 점점 실용적인 문화로 변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혼추족의 증가, 제사 문화의 간소화 경향이 나타났다. 전염병이 의식과 행동 변화를 앞당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례의 본질은 공경…”싸운다면 차라리 안 지내야”

대국민 차례 간소화 안을 발표하는 최영감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출처=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대국민 차례 간소화 안을 발표하는 최영감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출처=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변화하는 차례 문화에서 결국엔 예법보다 본질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균관유도회 최영갑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차례의 본질은 조상에 대한 공경이다. 전 부치느라 힘들고 짜증 나는데 조상 생각이 나겠는가”라며 “차례 때문에 가족 간 불화가 생긴다면 차라리 안 지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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