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문화서 주류문화로 부상
숏폼 영화·드라마·예능 주목
13분짜리 숏폼 영화 '밤낚시'
손석구 주연에 5만관객 끌어
예고편·홍보 영상도 짧아져
티빙, 숏폼 전용 서비스 출시
다음달 초 첫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의 한 숏폼 영상이 연일 화제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지 5일 만인 지난 26일 조회 수 1500만뷰를 돌파한 것이다. 이 영상에서 주연 배우 이민호는 무중력 환경에서처럼 공중의 커피잔을 옆으로 민다. 순간 커피잔이 둥둥 뜬 채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내 커피잔 뒤에 붙어 있는 공효진의 막대가 보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영상의 길이는 단 7초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무중력 환경인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보스 이브(공효진)와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진 불청객 공룡(이민호)의 지구 밖 생활기를 그린 드라마다. 영상은 드라마의 특징적 배경인 무중력 환경을 짤막하게 드러내지만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숏폼(길이가 짧은 형태의 콘텐츠)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콘텐츠 홍보 영상은 물론, 영화·드라마 작품 자체도 숏폼으로 제작되면서 전통적인 콘텐츠의 틀을 깨고 있는 것이다. 숏폼은 핵심적인 부분을 직관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시청자가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숏폼은 10대가 주로 즐기는 콘텐츠 형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주류문화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K팝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물들이는 댄스 챌린지 영상이 대표적이다. 중독성 강한 짧은 하이라이트 구간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댄스로 선보이고, 인기 숏폼 영상은 SNS를 타고 유행처럼 퍼진다. 로제의 메가 히트곡 'APT.'(아파트)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는 데도 숏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숏폼은 드라마, 예능, 영화 등으로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방송·영화계도 숏폼에 새롭게 뛰어드는 모양새다. 개그맨 김준호는 지난 25일 공개된 숏폼 예능 '찰리킴의 웃음공장'(39부작)의 간판 출연진으로 등장해 개그맨들과 함께 열띤 코미디 배틀 쇼를 펼친다.
KBS2 드라마 '환상연가' '쾌도 홍길동' '제빵왕 김탁구'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정섭 감독은 같은 날 공개된 숏폼 드라마 '싱글남녀'(51부작)의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지난 6월 극장가에는 배우 손석구가 공동 제작과 주연으로 참여한 13분짜리 숏폼 영화 '밤낚시'가 개봉해 4만6000명의 관객을 끌었다. '세이프'(2013)로 한국 최초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CGV에서 2주간 특별 상영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숏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9월 왓챠는 숏폼 드라마 전문 서비스 '숏챠'를 선보였다. 내년 초에는 숏폼 드라마 신작 '사이비 교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OTT인 티빙 역시 이달 5일 숏폼 서비스를 도입했다. 티빙은 우선 숏폼 서비스를 통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와 tvN·Mnet 드라마, KBO 리그·프로농구 등 티빙이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숏폼 콘텐츠를 선보인다.
숏폼을 통해 색다른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전문기업 펄스픽은 최근 추억의 영화를 숏폼으로 재해석한 '짧은 영화관' 섹션을 내놨다. '60일의 썸머' '우리 연애의 이력' 등 극장가에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를 숏폼 형식으로 재해석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또 채팅형 SNS '도플'을 운영하는 루시드랩은 채팅 내용을 숏폼 콘텐츠로 바꿔주는 '모먼트' 기능을 출시했다. 중고마켓 플랫폼 당근은 숏폼 콘텐츠로 맛집을 찾을 수 있는 '당근 스토리'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