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거리거나 긁히지 말자… 삶을 감당하는 프로의 태도[2030세상/박찬용]

1 day ago 8

박찬용 칼럼니스트

박찬용 칼럼니스트
아직 많은 친구들이 직장에 다닌다. 한 번씩 그들을 만난다. 마주 앉아 근황을 나누면 기분이 묘하다. 나도 직장을 다녔으니 옛날 경험이 겹쳐져 전생 같기도 하고, 이제 그들은 내가 회사 다닐 때 안 하던 경험을 하고 있으니 후생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중 나도 직장 다닐 때 많이 주고받던 소재가 있다. ‘본인의 고충’이다. 나는 이래서 힘들고 누구는 돈 많이 벌었는데 나는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쏟는 기분을 이해한다. 실은 자신이 토로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프리랜서라는 자영업자가 된 뒤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고충을 대하는 태도다. 나도 직장 다닐 때 만사가 싫었다. 내 처지를 징징거린 적도 많다. 자영업자가 되자 그럴 여유가 없다. 고충은 삶의 당연한 일부다. 남과 조금 다르게 살고 있다면 남과 다른 삶을 사는 데에서 발생하는 고충은 내게 당연히 부과되는 추가 비용이다. 프로 입장에서 징징거리는 업무 상대자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 삶에 징징거리지 말아야겠다고 여기게 됐다.

프리랜스 에디터를 하다 보면 같은 일을 하는 젊은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내가 일해 온 잡지 에디터 업계, 혹은 잡지 에디터풍 텍스트·페이지 제작 업계는 이전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체계적인 경험을 쌓기도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이 사이에서 뭔가를 해 보려는 젊은이들은 나보다 훨씬 외롭고 고된 시도를 거듭한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이든 유튜브 채널 운영이든 팝업 스토어 운영이든. 그 삶들을 보면 내가 징징거릴 염치가 없다.

젊은 분들의 이야기를 온라인으로도 본다. 젊은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드니까. 그렇다고 몰래 염탐하진 않는다. 알고리즘에 우연히 그들의 이야기가 뜬다. 그걸 보다 보면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니까 ‘어, 이건 아닌데’ 싶은 주장을 본다. ‘어, 이거 내 이야기인가’ 싶은 비난도 있다. 가끔은 내가 만든 뭔가에 대해 논하며 나의 의도와 영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쩔 수 없다. 그 역시 온라인 시대에 이름을 걸어 놓고 활동하는 자의 숙명이다.

요즘은 그런 상황을 뜻하는 편리한 말이 정착되고 있다. ‘긁’. 특정 요소에 대해 발끈하거나 화를 내면 “긁혔어?” “긁?”이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나도 종종 속으로 긁히지만 ‘긁히지 말자’는 확고한 다짐을 하곤 한다. 종종 내 작업물이나 원고 등을 본 뒤 완전히 오해하며 발끈하는 반응들도 있어서다. 그럴 때는 혼자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당신 보라고 한 이야기가 아닌데.’

그러니 나를 긁는 이야기가 가끔 나타나도 똑같이 생각한다. ‘나 보라고 한 이야기가 아닐 거야.’ 혹시 나 보라고 한 비난이나 대놓고 나에 대한 비난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우산 없이 가던 중 소나기가 오는데 비 피할 곳도 없고, 나는 어딘가로 꼭 가야 한다면 비를 맞으며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요즘 내 일이 그런 종류일 거라 여기곤 한다. 그러니 새삼 적어 둔다. 징징거리지도 긁히지도 말자고. 특히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이니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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