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산다며 세입자 내보내
집 팔거나 재임대해 분쟁 빗발
관련 사건 법원 판단은 엇갈려
계약갱신요구 문자 등 남겨야
손해배상 받을 수 있는 근거돼
세 달 전 입주한 임차인이 중개사무소를 찾아왔다. 표정이 어두워 집에 하자가 생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변호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전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임대인이 계약 만기 두 달 전 "내가 입주할 예정이니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임차인은 급하게 집을 구해 이사를 나갔다. 그런데 퇴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매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대인이 입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임차인은 배신감을 느꼈다.
최근 이런 '거짓 실거주' 분쟁이 늘고 있다. 그러나 소송으로 간다 해서 반드시 같은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비우라고 통보한 이후 임차인이 퇴거하자 집을 매도한 사건에서 법원은 다소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쟁점은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 통보를 해 임차인이 미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의지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임대인이 갱신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면 임차인이 별도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의 의사가 분명한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형식적인 절차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반면 의정부지방법원은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 통보를 했더라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 경우에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으로 다퉈야 하는데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임차인이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소송의 난도가 훨씬 높아진다.
결국 임차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에 따라 절차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임차인은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까?
◆반드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라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 통보를 했더라도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훗날 임대인의 거짓말이 밝혀졌을 때 보다 안정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라
임대인에게 전입 예정 시기나 기존 거주지 처분 계획 등 실거주 근거를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추후 소송 진행 시 임차인이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는 정황 자료가 된다.
물론 퇴거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부등본 변동 확인, 전입가구 열람 등을 통해 해당 주택의 매도나 재임대 사실을 확인 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분쟁은 없어야 하지만, 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사전에 미리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의지가 있다면 집주인이 실거주 통지를 하더라도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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