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 밀어붙이는 국회
與, 집단소송법 3년 소급 주장
野 "기업 묻지마 소송 리스크"
코인거래소 지분 강제 매각법
기업 활동과 재산권 침해 소지
법조계 "법률 안정성 해쳐
포퓰리즘식 입법 자제해야"
국회가 각종 규제 법안을 입법하면서 과거에 발생한 사안에까지 소급적용하려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급적용은 법적 안정성을 흔들기 때문에 선한 의도일지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와 규제 당국은 최근 소급적용을 포함하는 법률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피해자들 중 대표자가 먼저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의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미치게 하는 '집단소송법'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발생했던 피해 사례를 고려해 3년 전 사건까지 집단소송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안 날로부터 3년,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소급적용 시 소송이 남발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는 위헌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들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집단소송제에 소급적용까지 이뤄지면 국내 기업 중 살아남을 곳이 없을 것"이라며 "포퓰리즘식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입법부가 소급적용의 범위와 시점을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고 위헌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입법 과정 중 같은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논의 중인 법안 내용에는 국내 모든 가상자산거래소의 1대 주주 지분을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15%)와 유사한 15~20%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거래소처럼 가상자산거래소도 다수의 투자자가 모이는 공적 인프라스트럭처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민간 기업의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조치라서 위헌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 보고서에서 "헌법은 이미 완성된 법률 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일부 보험금에 대해서도 소급 지급을 추진하는 논의는 비판의 대상이다. 상품설명서상 지급 기준 설명이 부실했던 상품의 경우 청구권 소멸시효(3년)를 넘어서까지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내다본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이나 경제 제재를 과거의 행위까지 소급적용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최근 시행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라 관세 인하를 일부 소급적용했다"며 "이처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급적용은 법의 예측가능성을 방해하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법은 국민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형사법상 소급입법이 금지되는 것은 당연하고 민사 분야에서도 소급적용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처벌적인 법률안을 만들면서 소급적용까지 허용할 경우 법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홍주 기자 / 성채윤 기자]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