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이수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23일 만에 ‘초강력’ 가계대출 규제안을 꺼내 든 건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세금 규제·공급 확대 대책은 빠지고 대출 규제에만 초점을 맞췄다. 다음 달부터는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시행될 예정이어서 대출 수요가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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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
27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선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소득이 높거나 담보가 되는 아파트 가격이 비싸도 6억원이 넘게는 빌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과도하게 대출에 의존해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권 때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출을 제한했던 조치와 비슷하다. 중도금 대출은 제외지만, 중도금 대출이 잔금 대출로 전환되면 6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갭투자’를 틀어막기 위해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았다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또 다주택자 규제 등 그간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가계대출 관리 조치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수도권에서 추가 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1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면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한다. 수도권·규제 지역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도 금지할 방침이다. 갭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에 대출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주택 담보 인정 비율(LTV) 규제도 강화한다. 수도권·규제 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LTV를 기존 80%에서 70%로 축소하기로 했다. 일반 디딤돌 대출 한도는 현행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생애 최초’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을 줄이는 등 정책대출 최대 한도도 대상별로 줄인다. 수도권 내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은 현행 90%에서 80%로 더 낮아진다. 이번 대출 규제는 대부분 오는 28일부터 즉각 시행된다.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 규제 전 수요가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런 조치들과 함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당초 올해 증가 폭을 75조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하반기에만 10조원 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어놨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역별 대출 동향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 시 규제 지역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DSR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대출 관리 외 세금 규제, 주택 공급 대책은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수급 불안 심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 활성화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필요 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포함해 규제 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일단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는 진정될 것으로 봤으나, 긴급 처방으로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급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5~6월 과열 양상을 보였던 한강 벨트 주거지 내 아파트 거래량도 숨을 고를 전망”이라며 “규제가 28일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라 가계약을 걸어둔 이들은 오늘 내일 본계약을 마쳐야 하는 만큼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디딤돌·버팀목 등 서민이 이용하는 실수요 목적의 대출 규제까지 강화해 볼멘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20~30대 젊은층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전세대출 금액이 다소 줄더라도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