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11개 역사에서 7년째 녹지 공간을 가꿔 온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인공지능(AI) 청소로봇 ‘휠리’와 역할을 나눔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근로자가 식물과 화단을 관리하고, 로봇이 바닥을 청소하는 식이다. 장애인 일자리가 단순 보조를 넘어 공공시설을 직접 운영·관리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월가든사업단에 따르면 월가든사업단은 석촌고분역을 포함한 9호선 주요 역사에서 화단과 실내 녹지대, 휴식 공간 정비를 맡고 있다.
월가든사업단 소속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전정 작업을 하고, 토양을 보충하며 식물 생육 관리 등 조경 유지관리 전반을 맡는다. 같은 공간을 7년째 책임지면서 현장 숙련도를 쌓았다.
월가든사업단의 현장 경쟁력은 ‘7년의 반복’이다. 처음에는 물 주는 시기와 작업 순서도 낯설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일을 지속하며 식물의 상태와 변화를 읽는 감각을 체득했다. 반복은 숙련으로 이어졌고, 숙련은 자신감을 키워냈다.
한 발달장애인 근로자는 “처음에는 많이 헷갈렸지만, 지금은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작업 구조를 혁신화한 계기는 AI 청소로봇 휠리의 도입이었다. 과거에는 조경 작업 뒤 생기는 흙과 물기, 먼지, 비료 잔여물 등을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접 정리했다. 식물 관리와 바닥 청소를 사람이 모두 맡아야 해 작업 부담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역할이 나뉘었다. 식물과 화단 관리는 사람이 맡고, 바닥 오염과 미세먼지 정리는 휠리가 맡는다. 휠리는 역사 내 보행 공간을 이동하며 반복 청소를 수행한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휠리의 작동 상태와 이동 경로를 점검하면서 사람과 기술이 현장 품질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바닥 정리에 쓰던 시간을 크게 줄였다. 식물 상태 점검과 조경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현장 안정성과 운영 효율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같은 변화는 단순 자동화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 게 아니다.
기술이 반복 업무를 맡고, 사람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는 구조다. 조경 작업 뒤 바닥 정리가 늦어지면 역사 내 미관과 청결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휠리는 이 지점을 보완한다. 사람의 손길은 식물과 공간의 품질을 만들고, 기술은 그 품질을 유지한다.
조경 관리의 기술적 기반도 갖췄다. 월가든사업단은 적운모와 피트모스를 배합하고 특허 미생물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토양을 활용하고 있다. 햇빛이 부족한 지하 환경에서도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라게끔 하기 위함이다. 시민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역사 내 녹지 공간 뒤에 장기간 축적된 관리 경험이 놓여 있는 셈이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장애인 일자리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반복 업무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는 장기근속을 통해 축적된 숙련과 공공 공간에 대한 책임, 기술과의 협업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보호 중심 일자리가 아니라 운영 책임을 지는 직무에 가깝다.
홍귀표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회장은 “장애인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 보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현장을 책임지고 공간의 품질을 유지하는 운영형 직무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장기 경험을 통해 숙련을 쌓고, AI 청소로봇 휠리와 협업하면서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작업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치켜세웠다.
현장 근로자의 말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한 근로자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짧은 말에는 오랜 시간 같은 현장에서 숙련을 쌓아 온 사람이 앞으로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더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역사 녹지 공간은 두 가지 변화를 보여준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숙련을 통해 공공시설 관리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또 AI 청소로봇 휠리가 반복 업무를 맡으면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기술이 각자의 강점을 나누는 이 구조는 장애인 일자리가 단순 보조를 넘어 공공시설 운영형 직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하철 역사 안 녹지 공간에서 조용히 이어져 온 7년의 세월은 장애인 일자리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분명한 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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