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도시샤大 명예박사 학위 수여
사망자에 대한 수여는 대학서 처음
도쿄 릿쿄大는 강연회와 시 낭독회
“역사 교훈 새기고 새 시대 맞아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올해 서거 80주년을 맞은 시인 윤동주(1917-1945)에 대해 그를 기리는 추모 모임이 일본에서 커지고 있다. 일본은 그가 마지막 공부를 한 장소이자 죽음을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80주기 서거일을 맞은 16일에는 교토 도시샤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1875년 설립된 도시샤대가 고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윤동주 시인은 1941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42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더 이상 국내에서 문학을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도쿄에 있는 기독교학교인 릿쿄대학 문학부에 입학했지만, 6개월 뒤인 1942년 10월 교토의 또 다른 기독교학교인 도시샤대 문학부로 편입했다.
학교를 옮긴 이유에 대해 릿쿄대의 교련 수업과 학도병 동원 때문이라는 설과 그의 고종사촌이자 평생을 함께해 온 독립운동가 송명규(1917-1945)와 함께 있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당시 송명규는 교토제국대학 문학부를 다니고 있었다.
도시샤대를 다니던 중 윤동주 시인은 1943년 7월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송명구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 2년 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는데, 광복을 불과 6개월가량 앞둔 1945년 2월 16일에 향년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날 도시샤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은 “도시샤대가 올해 15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그동안 전쟁의 시대가 있었고 많은 학생이 그 시대의 희생자가 되었던 사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일본 사회가 전후 80주년을 돌아보며 그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시대를 전망해야 한다고 생각해 윤동주에게 명예문화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는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참석해 고인을 대신해 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는 “도시샤대에 윤동주 시비가 건립되고 30년이 지나면서 일본에도 고인의 영향이 커진 점을 인정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을 각별히 기리는 도시샤대 교내에는 1995년 세워진 윤동주 시비도 있다. 일본 내 첫 윤동주 관련 시비다. 윤동주 추모회와 도시샤대 한국동창회 등이 주도가 되어 건립한 것이다.
진창수 주오사카 총영사는 학위수여식에 이어진 추도식에서 “매년 2만명이 넘는 한일 양국의 시민이 윤동주 시비를 방문하고 있다”며 “오늘 행사에서 한일 양국의 슬픈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삶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다시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14일에는 교토예술대학 교내에 있는 ‘윤동주 유혼지비’에서 추모행사와 영화상영회 등이 열렸다. 이곳은 과거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터가 있던 곳이다.
윤동주 시인이 고향에 가기 전 친구들과 송별 소풍을 해 마지막 사진을 남긴 교토 우지강 인근에도 추모 열기가 일고 있다. 여기에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인 2017년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주도해 세운 ‘기억과 화해의 비’가 있다. 시비에는 그의 시 ‘새로운 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윤동주가 도시샤대로 학교를 옮기기 전 다닌 릿쿄대에서도 오는 23일 기념 강연회와 시 낭독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동주 시인이 예배를 봤던 교내 예배당에서 추도 예배를 진행한 뒤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 등이 직접 참석해 그의 시를 낭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