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특수의 온기가 공급망 병목 탓에 지역 서점까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교보문고가 자사 이익을 위해 한강의 책을 지역 서점에 공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교보문고가 한강의 소설책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보문고는 지역 서점과 경쟁하는 소매업체인 동시에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도서를 공급하는 총판 업체는 웅진북센, 교보문고, 한국출판협동조합 등 3~4곳뿐이다. 지역별로 도서를 공급하는 '공급 총판'들은 다수 있다.
서점조합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0일 당일, 교보문고는 서점들이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자사 유통 서비스의 주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4일 저녁에는 15일부터 한강의 도서 1종당 10부로 제한해 주문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서점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교보문고와 거래 중인 지역 서점들 가운데 17일 오전까지 한강의 책을 공급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반면 교보를 제외한 다른 도매업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지역 서점들은 15일부터 정상적으로 공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점조합은 "교보생명이 국민 교육기업일 뿐만 아니라 업계 3위로 평가받는 대기업인 만큼 횡포를 부리거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며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온 출판계 단비에 취한 교보문고는 결국 눈앞의 욕심으로 지역 서점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교보문고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인 10일 밤부터 17일 오후 5시까지 한강의 책 40만2000부(종이책 기준)를 판매했다.
교보문고는 서점조합의 주장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100만부는 독자들의 주문 수량으로 실제 독자들의 손에 쥐어진 책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숫자"라며 "우리 회사에서도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타 도매업체와 마찬가지로 15일부터 300개 이상 지역 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그 수량이 서점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상생 차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지역 서점도 누릴 수 있도록, 이후 물량을 추가로 조정해 지역 서점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