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이냐, 관치금융 부활이냐… 국민연금 경영참여 추진에 은행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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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이냐, 관치금융 부활이냐… 국민연금 경영참여 추진에 은행권 긴장

입력 : 2026.04.03 17:47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
한진칼 이후 6년만에 경영참여
국민연금 이사추천은 전례없어
추천후보 공개·탈락사유 명시
이사회 구성 과정서 적극 압박
연금의 견제 역할은 커지지만
관치 논란·표대결 심화 우려도

사진설명

금융당국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권 개입을 막아 온 여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재계·금융권의 관심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국민연금의 실제 행동 여부에 쏠린다.

그간 국민연금은 기관의 '공적 정체성'을 의식해 경영권 관여를 최대한 자제하는 기조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채워졌던 여러 족쇄가 풀린다면 주주가치 방어 등을 이유로 주주 제안권·의결권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금융당국 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의 개선안은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당국이 검토 중인 '10% 룰' 및 '5% 룰' 규제 완화는 국민연금의 추천·제안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핵심 의사결정 과정과 상관없는 '일반 투자' 목적 행위에 대해서만 '10% 룰'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번 이번엔 '경영 참여' 목적의 행위까지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국은 자본시장법 또는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통해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튜어드십코드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경영권 개입 행위는 단기차익 추구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표현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국민연금이 지분 5% 혹은 10% 이상을 가진 상장회사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총 269개에 달한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도 34곳에 달한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더 나아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변경한 회사는 2019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유일하다. 당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이 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안건 제안을 넘어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안'까지 간 전력은 아직 없다. 국민연금이 이번 개편안 실현 이후 실제 추천·제안권을 행사한다면 최초 사례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당국은 현재 금융지주사에서 비공개 처리하고 있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앞으로 모두 공개하게 하고, 금융지주사 임원추천후보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를 떨어뜨린 사유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추천 프로세스는 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자유롭게 추천하면 금융지주에서 구성한 임추위가 심의를 통해 소수 최종 후보를 솎아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주총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승인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임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심의 과정에서 최종 후보 추천 사유와 다른 후보의 탈락 사유가 무엇인지도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이 과정이 '블랙박스'화돼 있어 외부 추천 후보를 임의로 떨어뜨리고 경영진과 가까운 인사만 선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게 당국의 문제의식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누군지 대외적으로 알리고, 설명 의무도 추가함으로써 임추위가 해당 후보를 탈락시키는 데 대한 부담을 키우겠다는 게 당국의 복안이다.

당국의 국민연금 경영 참여 강화 움직임에 대한 재계와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단기수익·경영권 방어 관점에 치우친 회사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관치' 논란이 강화될 수 있으므로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제안한 후보와 경영진이 선호하는 후보 간 '표 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정훈 기자 / 정재원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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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의 국민연금의 행동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자본시장법 및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용이하게 하여, 향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실제로 시행할 경우 이는 첫 사례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경영진과의 표 대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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