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북 등서 성희롱, 갑질 논란 잇따라
‘공개사과·경고’ 수준에 머무는 징계 수위
공무원과 달리 기준·절차 없이 자의적 적용
“전국 단위 징계 표준화 기준 만들어야”
지방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의 징계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광주 북구와 전주시, 군산시, 고창군 등에서 잇따라 불거진 지방의원들의 비위 사례를 계기로,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공무원 수준으로 징계 기준을 세분화하고 징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의 경우 복무 태만, 품위 유지 위반, 금품 수수, 성 비위 등 세부 항목별로 엄격하게 징계 사유가 구분되어 있고, 징계 수위 역시 경중, 반복 여부, 조직 파급력 등에 따라 체계적으로 결정된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만 A4 5쪽 분량 이상의 기준표가 붙는다. 징계 절차 또한 명확한 단계와 지침을 따라 엄정하게 집행된다.
반면, 지방의원은 ‘공개사과’, ‘경고’, ‘출석정지(최대 30일)’, ‘제명’ 등 네 가지 징계만 가능하고, 징계 사유와 절차도 추상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정 자체가 자치단체마다 다르고, 징계 사안에 대한 해석과 판단 기준도 일관되지 않아 동일한 비위에도 의원마다 전혀 다른 수위의 징계를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징계 과정이 공개되지 않거나, 징계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내부 이견으로 논의가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따라 시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지방의회의 신뢰도 역시 하락하고 있다.
광주 북구의회의 경우 지난 2월 일부 의원들이 사무국 직원에게 동일한 자료를 반복 요청해 갑질 의혹이 제기됐지만, 법적 검토 결과 갑질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어 A 의원이 의장 재임 시절 직원에게 폭언과 사적 지시를 했다는 신고가 공개되면서, 윤리심사자문위는 ‘사과 및 출석정지 30일’을 권고했다. 징계 여부는 현재 윤리특위에서 논의 중이다.
광주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광주서구의회 B 의원은 여성 공무원에게 “승진하려면 외모가 중요하니 성형을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윤리특위 회부와 더불어 당 차원의 징계가 논의됐고, 민주당 광주시당은 B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동료 의원에게 비속어를 사용한 C 의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예산 심사 도중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이 장면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그러나 징계는 민주당 광주시당의 서면 경고에 그쳤다. C 의원은 “질의 중 말을 끊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주, 고창 등 다른 지역 의회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 음주운전, 갑질, 막말, 성희롱 등 시민들의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더라도, 의원 본인의 사과나 서면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가 실질적인 자정기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행정학계 관계자는 “지방의원도 세금으로 활동비를 받는 공적 존재인 만큼, 공무원 수준의 징계 기준과 절차가 요구된다”며 “현재처럼 각 지방의회의 자율 규정에 맡기기보다는, 법령 차원에서 통일된 징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지방의회의 윤리 규정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징계도 셀프 제재에 불과하다”며 “지방자치법이나 시행령을 통해 법적 강제력을 가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