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유동성 공급확대 목적
금융지주는 잇단 긴급회의 개최
금융당국이 지방에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뤄지도록 내년에 가계대출 관리 시 수도권과 지방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의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금융지주들도 탄핵 후 긴급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향후 필요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1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긴급 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정치 상황에 동요하지 말고 한 치의 업무 공백 없이 시장 안정과 업무 이행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16일 시장 개장 이후 금융 상황을 점검해 이상 징후 발견 시 적시 대응하면서 비상 상황을 가정한 리스크 관리 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특히 "대내외 불확실성을 면밀히 고려해 서민·취약계층과 지방 자금 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유연하고 세심한 가계대출 관리를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을 경제성장률 내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지방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에서 지방에 자금 공급 활성화에 나서면 인센티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은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은행권이 자본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이달 말 도입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 자본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레스 완충 자본은 은행별로 금리·환율 등이 급격하게 상승해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자본을 더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테스트 결과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포인트까지 추가 자본 적립이 의무화된다.
당국은 지난 5월부터 1%로 상향 조정된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의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각 금융지주들도 탄핵 가결 이후 변동성이 커진 금융·외환시장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주 경영진과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지주에서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전략 방향 등을 재점검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하나금융그룹도 함영주 회장 주재로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모여 탄핵안 가결에 따른 그룹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 회의에서 영업 및 고객 관리 방안과 함께 각종 위험 요소들이 발생할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 요소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전날 오후 5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1시간 후 곧바로 진옥동 회장이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참석자들은 현시점에서 자금의 해외 이탈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고, 안정적인 대외 신인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대내외 기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금융그룹은 16일 오전 임종룡 회장 주재로 회의를 연다. 고객 혼란 최소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