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가지 마세요. 무조건 후회합니다."
"미리 예약했는데도 현장에서 4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굿즈는 구경조차 하기 힘듭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피드를 뜨겁게 달구는 숏폼 영상의 헤드라인이다. 글로벌 패션 아이콘 지드래곤의 자체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과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손을 잡고 선보인 '토이 스토리 | 피스마이너스원: THE FIRST FAN' 글로벌 팝업스토어의 이야기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인 영상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른바 '오픈런'을 위해 티켓팅 전쟁을 치렀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폭염 속 살인적인 대기 시간에 시달려야 했다는 성토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이 같은 영상에 직접 '좋아요'를 누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과연 소문대로 최악의 경험일까, 아니면 K컬처의 새로운 이정표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팝업스토어가 문을 연 지 이틀째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을 찾았다.
'팝업의 성지'로 불리며 평일에도 유동 인구가 넘쳐나는 성수동이지만, 유독 특정 골목에 접어들자 사방이 인파로 꽉 막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선을 압도하는 건물 외벽에는 카우보이모자를 쓴 디즈니·픽사의 대표 캐릭터 '우디'가 지드래곤의 상징인 데이지 꽃을 가슴에 달고 로프를 돌리는 독창적인 아트워크가 걸려 있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장시간 대기를 견뎌내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2시 타임으로 예약했다는 한 방문객은 "벌써 1시간째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더위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내부 전시와 한정판 굿즈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의 날 선 비판과 달리 팝업스토어의 흥행 화력만큼은 뜨거운 모양새다. 오픈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방문객들의 구매 열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 번에 10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을 결제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기다린 지 3시간 만에 마침내 결제대에 도달했다는 또 다른 방문객은 "'토이스토리' 찐팬이라 제품이 너무 귀여워서 눈이 돌아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수십 개의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음 일정이 있어 눈물을 머금고 입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연예인의 일시적인 팝업스토어 수준을 넘어선다. 글로벌 캐릭터 플랫폼 기업 플레이인더박스가 기획 단계부터 공간 연출, 상품 개발, 브랜딩 등 프로젝트 전반의 사령탑을 맡아 진두지휘한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다.
콘셉트인 'THE FIRST FAN(더 퍼스트 팬)'에는 특별한 서사가 녹아있다. 지드래곤이 어린 시절부터 꿈을 키워오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여정을 묵묵히 함께 지켜봐 준 '첫 번째 팬'이 바로 방 한구석의 토이 스토리 장난감들이었다는 아련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이 특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획된 팝업은 7월 1일 서울 성수동을 시작으로 8월 31일까지 두 달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서울 출격을 마친 뒤에는 일본 도쿄, 홍콩, 타이페이, 중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미국 등 전 세계 10개 주요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글로벌 팝업 투어를 전개할 전망이다. 특히 각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녹여낸 '도시별 한정판 제품'을 개별 출시할 계획이어서, 글로벌 컬렉터들의 원정 방문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기자가 현장 대기를 뚫고 마침내 진입한 내부 공간은 단순한 판매 매장을 넘어 하나의 전시관에 가까웠다. 대기 동선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입장료 1만원을 내고 받은 한정판 포스터가 관람객을 반긴다.
전체 컬렉션은 리유저블 스티커처럼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생활 잡화부터 컬렉터들을 겨냥한 고가의 대형 아트 피규어까지 총 70여 종의 방대한 라인업으로 채워졌다. '우디', '버즈 라이트이어', '제시', '렉스' 등 추억 속 캐릭터들이 피스마이너스원 특유의 이빨 빠진 데이지 꽃 모티프와 정교하게 결합해 독창적인 패션·라이프스타일 굿즈 및 모바일 액세서리로 재탄생했다.
소장 욕구를 가장 자극하는 요소는 희소성이다. 컬렉터블 피규어 라인 중 일부는 전 세계 단 888개 한정 수량으로만 제작돼 현장 주문을 받는다. 또한 높이 1.8m에 달하는 초대형 피규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에 착수하는 메이드 투 오더(Made-to-Order) 방식을 채택해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압권은 지드래곤을 위해 특수 제작된 전 세계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 에디션'이다.
오스트리아산 프리미엄 크리스탈 약 1만 개를 장인의 손길로 촘촘히 박아 넣은 이 피규어는 조명을 받을 때마다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며 팝업스토어의 중심부에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소장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제품 라인업에는 복제가 불가능한 RFID 칩이 전면 내장됐다. 구매 고객들은 플레이인더박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즉각적으로 정품 인증을 완료할 수 있어, 리셀(재판매) 시장에서의 투명성까지 확보하려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공간 내부를 채운 콘텐츠의 신선함과 별개로, 실제 현장을 찾은 일반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양극단으로 갈렸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로에서부터 병목 현상이 발생해 관람객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가두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관람객은 "2층 전시 구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한참을 갇혀 있었다"며 "공간 사방이 거울과 아크릴 구조물로 되어 있어 시각적으로는 화려해 볼거리를 많았으나, 사람이 밀집되다 보니 정작 대표 포토존에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현장의 혼잡도를 높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오더지에 체크해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었다. 운영사 측은 오픈 당일인 7월 1일부터 오는 6일까지를 프리오더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입장객 전원에게 종이 오더지를 배부하고, 원하는 품목을 체크해 결제하면 오는 6일부터 순차적으로 일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서면 수기 체크와 결제가 맞물리며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입장 단계의 신분증 검사 역시 대기 시간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유 있는 절차였다. 관계자는 "안 좋은 마음을 품고 제품을 쓸어 담아 온라인상에서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전문 리셀러들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협업 제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분증 대조 작업을 엄격히 진행하다 보니 입장이 다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인더박스 측은 오픈 첫날 제기된 아쉬움들을 적극 수용해 오는 4일부터 즉각적인 운영 체제 개편에 착수했다. 플레이인더박스 전용 앱 내 디지털 오더 기능을 앞당겨 전격 도입한다. 수기 오더지 대신 스마트폰 앱 안에서 간편하게 제품을 선택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 것으로 내다봤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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