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수신잔액 분석
증시 출렁이며 안전선호현상
차익실현 후 은행 예치 늘어
요구불예금 올 48조원 증가
높은 이자율에 정기예금도 ↑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총수신이 9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같은 기간 증가액(48조1382억원)의 1.9배에 달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 등에서 돈이 빠져나가며 수신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던 셈이다. 금융권에선 증시에서의 차익 실현이 은행으로 ‘컴백’한 데다 금리 상승이 가시화하면서 다시 은행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예금·적금·요구불예금 등 소매예금 잔액의 총합을 일컫는 총수신은 2252조5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2163조1712억원 대비 89조4085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6개월 만에 총수신 잔액이 4.1%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작년 6월 말 총수신 잔액은 2096조4725억원이었는데, 이는 직전 연도 말과 비교하면 48조1382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2.4%다. 같은 6개월간 잔액 증가는 2배 가까이 늘었고, 증가율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뛰었다. 국내 주식시장 활황에 은행 수신잔액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에선 지난 2월과 5월 각각 36조9511억원, 37조64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4000선이었던 코스피는 올해 2월 ‘꿈의 5000’을 돌파했다. 이어 5월에는 7000선과 8000선을 연이어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2번의 증시 변곡점에서 상당수 사람이 일부 차익을 실현했고, 이것이 다시 은행의 단기성 자금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시 호황을 이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서 잇달아 수주 등에 성공했고 계약 선금으로 미리 돈을 받아두기도 했는데, 이를 상당 부분 은행에 ‘파킹’한 점도 있다. 또 막대한 수수료와 운용 수익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들이 여유 현금흐름을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수신잔액이 늘어난 또 하나의 배경은 금리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기조가 더 우세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를 먼저 끌어올렸다. 금리 인상은 대출에선 차주들에게 부담을 지우지만, 예·적금 등 수신 측면에선 유리하다.
실제 은행 예금 상품 이율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사원은행 18곳(씨티 제외) 가운데 10곳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3% 이상의 금리를 제공했다. 올 1월만 해도 연 3% 금리를 주는 은행이 1곳도 없었지만 2월 2곳, 3월 3곳, 4월 8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이를 뒷받침한다. 작년 말 939조2863억원이었는데, 6개월 만에 949조3998억원으로 10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올 5월과 6월엔 각각 7조5327억원, 4조6837억원 늘면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반면 ‘묶이는 돈’인 적금은 보합세를 보이며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보다는 선호도가 덜함을 보여줬다. 6월 말 적금 잔액은 46조920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63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적금은 증시 등 투자 수요가 발생해도 해지할 때 손해가 커 다른 예금 상품보다 선호도가 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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