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새 먹거리…'회장님 금융' 뜬다

3 weeks ago 9

경영권 안정을 위해 2대 주주 지분을 매입하거나 단기 유동성이 필요한 대주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 후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청구서를 받아든 ‘회장님’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증권사의 새 먹거리…'회장님 금융' 뜬다

◇최대주주 경영권 방어 도우미 자처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경영권 안정 구조화금융’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정 자산이나 미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마련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돕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 고객은 FI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최대주주들이다. FI는 보유 지분에 대한 풋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현금이 부족한 최대주주는 이를 받아줄 여력이 없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신한투자증권이다. 2024년 4월 더존비즈온의 2대 주주 베인캐피탈의 풋옵션 행사 지분을 받아주며 김용우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기여했다. 지난해 3월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풋옵션 분쟁에서 발을 빼려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지분을 매입했다. 최근 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딜은 메리츠증권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 건이다. 2024년 말 공개매수와 장내 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2.1%를 가진 베인캐피탈이 보유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자 메리츠증권이 해당 지분을 매입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했다.

이들 거래는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구조가 대체로 비슷하다. 증권사가 대주단을 꾸려 돈을 모으고 새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이를 빌려주는 게 첫 단계다. SPC는 해당 자금으로 FI의 지분을 매입하고,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최대주주에 제공한다. 일종의 ‘구조화된 주식담보대출’이다.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하지만 주담대로 소화하기엔 규모가 커 SPC를 활용한다.

거래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융사는 수수료 혹은 연 7~10% 수준인 약정 이자를 받는다. 크레딧 또는 스페셜시츄에이션(SS) 전략 사모펀드(PEF)의 투자 구조와 유사하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은 구조화금융을 요청한 대주주의 몫이다.

◇“중복상장 금지에 조달 수요 늘어날 것”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이런 구조화금융을 설계·실행하는 ‘IB종합금융부’를 기업금융(CIB)부문 정근수 사장 직속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통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종합금융본부·ECM솔루션본부·구조화투자본부 등 여러 본부를 두고 있다. ECM솔루션본부는 작년 3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 발전자회사 유동화 딜에서 글로벌 PEF KKR과 경쟁하기도 했다. 해당 유동화 대금은 SK이노가 자회사 SK온 FI의 보유 지분을 되사오는 데 사용됐다.

IB업계에서는 향후 이런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도권이 PEF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이동하고 있는 기류가 뚜렷해서다. SI는 PEF처럼 인수금융만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증권사와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 중복상장 금지 규제도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FI의 상장을 통한 엑시트 통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대주주에게 지분을 사달라고 청구하는 분쟁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증권사가 중간 대출 형태로 참여하면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