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나 보험사를 보유한 대기업이 퇴직연금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관행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중 삼성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3%로 집계됐다. 10년 전(65.1%)부터 삼성 계열사 물량 비중은 50%대 후반~60%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확정기여형(DC)의 계열사 비중은 2014년 말 4.9%에서 지난해 말 14.5%로 급증했다.
현대차증권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DB형 적립금 중 현대차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87.3%에 달했다. DC형은 2014년 말 2.5%에서 지난해 말 30.7%로 치솟았다.
일각에선 대기업의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 관행이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은 2015년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자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은 바 있다. 위반해도 별도 제재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적극 운용하는 ‘연금투자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계열사 몰아주기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