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건전성만 보다 금융소외를 키웠다”며 포용금융 확대에 나섰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체와 부실, 손실 비용은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이냐는 것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채권 정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할수록 연체와 부실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저신용자 채권 매각 2년 만에 56% ‘쑥’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이데일리가 분석한 결과 5대 은행의 중저신용자 채권 매각 규모는 2023년 8468억원에서 2024년 1조2365억원, 2025년 1조3214억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에 56% 늘어난 규모다. 일부 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잔액이 감소했는데도 채권 매각 비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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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이는 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은행권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과 위험이 함께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은행은 준공공기관”이라며 포용금융을 금융기관의 의무로 강조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건전성만 보다 금융소외를 키웠다”며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출범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건전성 중심 감독체계가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약해 왔다고 보고 신용평가 체계와 금융회사 평가방식, 건전성 규제 전반을 점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고신용자 대출보다 연체 가능성이 높아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고,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부담도 커진다. 결국 같은 금액을 빌려주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소모하게 되는 만큼 포용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연체율과 충당금, 자본비율 부담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며 “포용금융을 확대하라고 하면서 건전성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정리를 늘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농협은행의 중저신용자 채권 매각 규모는 2023년 2065억원에서 2025년 4001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1648억원에서 275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428억원에서 3017억원으로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출잔액 감소와 매각비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점이다. 농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잔액은 2022년 64조원에서 2025년 50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매각비율은 2023년 0.32%에서 2025년 0.74%로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잔액은 2022년 40조6000억원에서 2025년 36조9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매각비율은 2023년 0.41%에서 2025년 0.69%로 높아졌다. 단순히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 부실채권도 증가했다기보다 보유 채권 가운데 정리하는 비중 자체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했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채권 매각비율은 2023년 1.07%에서 2024년 2.40%까지 상승했고, 2025년에도 1.43%를 기록했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0.20%에서 1.40%로 높아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흡수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포용금융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포용금융 확대 청구서는 누가 부담해야 하나 다만 채권 매각 증가를 곧바로 취약차주 외면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5대 시중은행은 대부분 AMC나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채권을 정리했고 대부업체 매각은 사실상 없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일부 대부업체 매각 사례가 있었지만 개인회생·신용회복 절차가 진행 중인 공적구제 채권이나 장기연체 채권 위주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은 ‘포용금융의 비용’이라고 지적한다. 포용금융 확대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체와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포용금융은 본질적으로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더 많은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정책인 만큼 연체와 부실 발생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그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우선 은행이 비용을 부담한다. 연체가 발생하면 충당금을 적립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후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AMC나 새출발기금 같은 정책기구가 일부 부담을 떠안는다. 결국 포용금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은행에서 정책기구로, 다시 재정·보증재원 등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 확대를 원한다면 대출 공급 확대뿐 아니라 건전성 규제 체계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포용금융은 결국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그 비용을 은행이 부담할지, 정책기구가 분담할지, 사회 전체가 나눠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저신용자 대출은 위험가중치와 자본비율 부담이 큰 만큼 위험가중치 조정이나 자본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포용금융의 비용을 금융회사에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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