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중앙그룹 회사채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채권 발행사와 주관사, 운용사, 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13일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상품 제조-발행-유통 전 과정에서 적절한 검증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금감원장은 “발행사와 주관사, 판매 증권사는 물론 운용사와 신용평가사가 각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상품이 만들어지고 시장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위험을 걸러내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신용평가사가 어떤 평가 요소를 반영해 등급을 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 자금조달 구조를 운영한 점을 언급하며 “회사의 규모에 비해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종자본증권이 계열사 간 인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콜옵션 미행사에 따른 재무 부담이나 만기 집중 위험 등이 발행 당시 적절하게 평가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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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변호를 맡은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판매사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전 금감원장은 “전자단기사채는 만기 3개월 미만이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은 사실상 증권사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발행 주관사와 판매사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위험 정보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금융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검사 확대도 주문했다. 그는 “사건 규모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먼저 검사에 착수하고 최근 NH투자증권과 한양증권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판매 과정에 관여한 금융투자업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3~4조원이었던 개인 회사채 투자 규모가 현재 10배인 40조원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과 관련해서는 “수년간 중앙그룹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주관해 온 만큼 그룹의 자금조달 구조와 투자자 구성 등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 명의로 인수된 물량이 실제 개인투자자에게 재판매되는 구조였는지 역시 검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주관사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사안은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된 사례가 많은 만큼 해당 법리가 더욱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금감원장은 “변호인단은 회계·포렌식 전문가들과 함께 중앙그룹과 계열사의 자금 운용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에 추가 조사를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형사 고소 절차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그룹 사태는 JTBC가 지난 2월 발행한 93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가 불과 4개월 만에 부도로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JTBC는 지난 6월 전단채 차입금 206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발생했고, 이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재까지 변호인단이 확인한 피해자는 250명, 피해 규모는 약 325억2000만원이다.
이번 사건은 이 전 원장이 금감원장 퇴임 후 변호사로 수임한 첫 사건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금감원 수장을 지낸 이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3년 임기를 마무리한 뒤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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