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수에 소비력이 커진 대만인 관광객이 국내 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39년 만에 찾아온 초호황에 힘입어 해외여행 붐이 일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이 아닌 지방을 관광하는 비중도 높아 국내 관광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한 대만인 관광객은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26.9%) 일본(20.1%) 미국(10.9%) 등 다른 국적 관광객과 비교했을 때 가장 증가폭이 컸다. 방한 대만인 관광객은 연내 200만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1분기 대만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결제액(추정치)은 34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 늘었다. 이 기간 중국, 일본의 결제액 증가율(1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대만인의 높아진 소비력은 글로벌 관광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1분기에만 3884억엔(약 3조6800억원)을 지출해 외국인 관광객 중 소비액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있던 시기를 제외하면 12년 만이다.
대만인 관광객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반도체 특수로 대만 경제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69% 증가했다. 1987년 이후 최고치다. 경제 호황은 해외여행 붐으로 이어졌고, 1분기 해외 여행객은 563만명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만 자취안지수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부의 효과'가 나타난 것도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대만인 관광객은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관광 시장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인 관광객의 지방 공항 입국 비중은 49.2%로 절반에 달한다.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부산이다. 1분기 기준 부산을 찾은 관광객은 대만이 20만8984명으로 중국(19만7958명)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의 외국인 매출 중 대만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대만 SNS에서는 부산이 그립다는 뜻의 ‘부산병’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개별여행객 비중이 높아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는 분석이다. 명품에 소비가 집중된 중국인 관광객보다 절대적인 지출 규모는 작지만 K뷰티숍, 약국, 피부과, 음식점 등에서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대만인 관광객의 소비는 1분기 기준 쇼핑(43.2%)과 뷰티·웰니스(26%)에 집중됐다. 약국과 피부과 등 뷰티·웰니스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15.8%) 일본(23.5%)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만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대만인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도입하고 페이백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말까지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중강점에서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대만인 관광객은 과거 일본과 중국을 주로 찾았다면 최근에는 K컬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한 국가를 여러 차례 찾아 지방 곳곳을 방문하는 경향이 있어 지방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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