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국방 관계자 인용해 보도
美당국 “사실 아냐 병력배치 늘 평가”
WSJ는 복수의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수천 명의 미군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동아일보의 질의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늘 병력 배치를 평가한다(evaluate force posture)”고 덧붙여 주한미군 철수 논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했지만 행정부 내부와 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편과 맞물려 주한미군 재조정이 거론되고 있다.美, 中견제-대북협상 다목적 포석… 차기 정부 ‘對美 3중고’ 위기
[주한미군 감축론 재부상]
WSJ “주한미군 4500명 이전 검토”
트럼프 후보때 “주한미군 재조정”… 北억제→中견제로 역할 확장 예고
김정은에 협상 카드로 제시 가능성… 우크라戰 향배따라 결정 이뤄질듯
● 중국 견제 군사 전략, 대북 협상용 다목적 카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여러 차례 언급해온 만큼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properly)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군사 전략 재편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집중 논의돼 왔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펴낸 ‘잠정 국가방어 전략지침’에는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북한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안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재개 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전쟁 게임)’이라고 규정하며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관세, 방위비에 주한미군까지 3중고 가능성
WSJ는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할지 명확해져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정부 안팎에선 미 측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해 북한 정책, 중국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면서 일종의 구상과 아이디어로 제안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감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으로 일괄 패키지 협상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관세 협상은 물론이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와 주한미군 감축 이슈까지 3가지 현안이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관세 부과율이 서로의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