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은 시몬스에서 재울래요 [민지혜의 지혜로운 펫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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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시몬스에서 재울래요[민지혜의 지혜로운 펫스토리]

민지혜 집사가 모시고 있는 5살 '환타'(왼쪽·남묘)와 '콜라'(오른쪽·여묘).

고양이가 인간보다 더 정제된 존재라고 느꼈던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 장 콕토는 "고양이는 영혼을 지닌 동물"이라고 했다.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나는 새를 사랑하지만 고양이는 경외한다"고까지 고백했다. 인간의 몸을 가장 예술적, 수학적으로 그려낸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고양이는 걸작"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고양이를 한 번 키워보면, 아니 '모셔'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아, 인간은 참 이기적이며 비천한 존재인데 고양이는 이렇게 인간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는 완벽한 존재구나' 하며. '하루종일 밖에서 다른 인간들에게 치이고 속상해하고 상처받았던 나라는 존재를 이렇게 하염없이 순수한 영혼과 몸짓, 헤드번팅(이마로 박치기를 하며 표현하는 애정표현)으로 감싸안아주는구나' 하며.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나오는 대사다. "스무살, 서른. 그런 시간 개념을 담당하는 부위가 두뇌 바깥 부분의 신피질입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게 신피질이 없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사료를 먹고 매일 똑같은 집에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우울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아요. 그 친구한테 시간이라는 건 현재밖에 없는 거니까. 오직 인간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듭니다. 그게 인간이 진화의 대가로 얻은 신피질의 재앙입니다."

인간은 '신피질의 재앙'으로 매일 걱정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오늘을 힘겹게 살아간다. 고양이는 "그런 건 개나 줘"(개를 비하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궁서체)라는 태도로 하루를 느긋하게 살아간다. 집사가 출근하면 기다렸다는 듯 내 침대 한가운데서 식빵을 구우며(집사들만 아는 용어입니다) 잠잘 준비를 하고, 귀가하면 어미고양이(고양이들은 집사를 덩치 큰 어미고양이로 인식한다)가 사냥에 성공했는지 살펴보며 기지개를 켠다. 반갑다고 몸을 부비며 간식을 내놓으라고 '야옹' 한다. 귀여운 주인님들.

주인님은 시몬스에서 재울래요[민지혜의 지혜로운 펫스토리]

높은 공간에서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는 낮 시간대엔 캣타워에서 일광욕을 즐기곤 한다. 집사를 신뢰할 때만 이렇게 식빵을 굽는 자세를 취한다.

고양이에 대한 '찬사'를 내놓으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을 지경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헌신적이 될 줄 몰랐다. 늦은 밤 귀가해도, 술을 마셔 몸이 힘들어도, 심지어는 필름이 끊겨도(?!) 고양이 화장실 청소, 물 갈아주기, 영양제 먹이기, 간식 주기, 털 빗어주기, 이뻐해주기, 사냥놀이 등을 자동으로 실천한다, 마치 로봇에 입력된 예약 구동 프로그램처럼.

그래서일까. 어느새 집안을 둘러보니 우리 집은 '사람' 집이 아닌 '고양이' 집이 돼있었다. 베란다에는 캣타워(정확히는 천장 높이까지 세운 캣폴)와 대형 화장실 3개, 창문에는 해먹 2개와 바닥에는 스크래처 4개, 아니 최근에 산 것까지 5개구나. 거실에는 책장 위를 캣워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책장에 설치한 발 받침대들과 책장에서 연결된 천장 부착용 캣워크. 반대쪽 벽면에는 뛰어올라가 쉴 수 있는 선반들, 그리고 바닥엔 스크래처 여러 개와 마구 달릴 수 있는 캣휠,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화장실 기기, 자동 급식기까지. 아, 소파 위엔 숨숨집도 2개가 있다.

안방이라고 뭐 다를까. 퀸 사이즈 침대 위에는 고양이 전용 침대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고 포근한 고양이 전용 쿠션과 뒷발 팡팡을 할 수 있는 캣닢 쿠션들, 주인님들의 애착 이불과 숨숨집 2개, 창문 해먹 등등. 말 그대로 '고양이' 집이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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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와 환타가 뛰어 올라가 쉬는 벽 선반. 지금은 선반 위에 미끄럼방지 패드를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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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보통 16시간을 자는 고양이들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늘어지게 숙면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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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구로 가득찬 거실에서 반려묘와 함께 음악감상을 하며 느긋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삶은 잠시나마 '신피질'의 재앙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에탄올 램프에는 고양이들이 가까이 가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주인님은 시몬스에서 재울래요[민지혜의 지혜로운 펫스토리]

캣폴, 창문 해먹, 숨숨집, 캣 스크래처 등으로 가득찬 베란다에서 주인님들이 낮잠을 즐기시는 평화로운 주말 오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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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면 로프를 다 감지도 않았는데 천장에 매단 캣워크로 곧장 뛰어올라가 로프를 물어뜯는 개구쟁이 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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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새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은 새 가구를 들이면 냄새를 맡고 바로 탐험을 시작한다. 고양이 전용 침대를 소파 위에 설치해주니 곧장 낮잠을 주무시는 주인님들.

'우리집 고양이 한정'으로 100% 헌신적인 것은 모든 집사들의 공통점일 터다. 그러다보면 길냥이의 삶 개선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고. 아, 이 주제는 너무 길어질테니 다음에 다시 다루겠다.

반려동물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 지만 봐도 명료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8조원에서 연평균 14.5%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 수도 2023년 1306만명으로 전체의 25.4%에 달한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인 셈이다.

전 세계로 확장하면 수치는 더 어마어마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3년 2466억6000만달러(약 362조1955억원)에서 지난해 2593억7000만달러(약 380조8589억원)로 5.2% 커졌다. 2032년에는 무려 4277억5000만달러(약 628조150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시몬스 침대가 출시한 'N32' 펫 매트리스 '쪼꼬미'./제공=시몬스 침대

시몬스 침대가 출시한 'N32' 펫 매트리스 '쪼꼬미'./제공=시몬스 침대

오죽하면 60만원대 펫 전용 침대까지 나왔단다. 내 침대가 50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수백~수천 만원짜리 사람용 침대를 만드는 시몬스가 반려동물 전용 비건 매트리스 'N32 쪼꼬미'를 선보였는데 심지어 '3대 펫 안심인증'을 받았다고. 작은 사이즈는 53만원, 큰 사이즈는 63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나는 가장 싼 매트리스에서 대충 자더라도 우리집 주인님들만은 시몬스 매트리스에서 재우고 싶어하는 집사들의 희생정신을 정확히 겨냥했달까. 물론 출시 기념 25% 할인을 한다곤 하지만 그래도 싸지만은 않은 가격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집사들이 지갑을 열게 될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콜라, 환타를 위해 지갑을 열어나 하나 고민이 된다. 아, 지갑은 얇고 주인님들을 향한 내 마음은 끝이 없구나.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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