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으로 주유소 업계의 부담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유통 구조 개선을 공식 의제로 꺼냈다. 전량 구매·사후 정산 등 거래 관행이 가격 왜곡과 부담 전가를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해 관련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SK에너지·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주유소 업계, 정부 부처가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유가 급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국내 기름값 상승 원인으로 정유사와 주유소의 전속 계약, 사후 정산, 카드 결제 거절 등 유통 구조상 관행을 지적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주유소는 가격을 결정하는 ‘갑’이 아니라 정유사가 정한 가격에 따라 판매하는 소매 사업자에 가깝다”며 “국제 유가 변동이 공급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 과정에서 부담이 주유소와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는 낮은 마진 구조를 호소했다.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주유소로 집중되지만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평균 마진율이 1.4% 수준인데 카드 수수료가 1.5%에 달해 역마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유통 구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로부터 전량을 구매해야 하는 계약 구조로 인해 타사 제품 선택이 어렵고, 매입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지 못한 채 25~30일 뒤 정산하는 사후 정산 방식이 가격 왜곡과 책임 전가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안 회장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중동 사태에 따른 수급 불안 속에서 공급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급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공급 차질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로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측도 “국제 가격 상승분을 전부 반영하지 않고 일부만 공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양측의 입장 차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는 전량 구매 계약과 사후 정산 방식이 수급 안정과 가격 변동 대응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구를 발족해 정유 업계와 주유소, 정부 부처 간 본격적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을지로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량 구매 계약, 사후 정산, 카드 수수료 문제 등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다음주부터 대기업과 중소사업자 간 상생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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