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후보들의 이색 공약들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실성 논란이 뒤따르는 공약도 있지만, 그 안에는 지역을 바꾸고 싶다는 후보들의 저마다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유지혜 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룸살롱 없는 서울'을 전면에 내걸었다. 성매매·유사 성매매 업소 단속 강화, 포주부터 건물주까지 처벌 범위 확대, 온오프라인 성착취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핵심 내용이다.
유 후보는 "카페, 치킨집보다 유흥업소가 많은 한국, 그 중심에는 서울이 있다"며 "대한민국 성착취 산업의 중심지 서울이 이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리에 즐비한 '도우미' 간판부터 온라인 불법 방송까지, 성착취 산업 구조 전체를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부동산, 일자리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같은 공약이 1호로 제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후보는 직장인의 지갑과 워라밸을 동시에 겨냥한 공약을 내놨다. 현재 월 20만 원 한도인 식대·교통비 비과세 혜택을 40만 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벨기에식 '주 4일 선택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 4일 선택제는 주 5일분의 근무 시간을 4일에 압축해 일하는 방식으로, 매주 3일 연휴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조 후보의 공약을 두고 맞상대인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후보는 "대통령병에 걸렸냐는 말이 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 후보는 "평택의 공약이 대한민국 전체를 바꾸는 공약과 다를 수 없다"며 "이번이 재선거인 만큼 평택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의제를 함께 다루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여당과의 협력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 공약도 눈에 띈다. 김광만 무소속 광주전남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세계적인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유치를 문화관광 분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불 꺼진 광주를 글로벌 명품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 같은 공약을 전면에 걸었다. 현재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에 6곳으로, 아시아에는 도쿄·홍콩·상하이에만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관광 인프라가 취약한 광주·전남 지역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의지로 읽힌다는 시각도 있다.
황의돈 무소속 남원시장 후보는 청와대를 남원 지리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황 후보는 "백두산·한라산과 함께 3대 명산인 지리산이 남한의 실질적 중심"이라며 "수도권 집값 ㅁㄴ 해소와 영호남 지역 공동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을 걸고 실행에 옮기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황 후보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남원 유치 공약도 함께 내걸며 "대기업 회장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당쇠 시장이 되어 시장직을 걸고 유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감 후보들도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강미애 세종시 교육감 후보는 중3 학생 4000명 전원에게 미국 CES(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참관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로, 소요 예산은 약 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광렬 울산광역시 교육감 후보 역시 500억 원을 투입해 중3 학생 전원을 해외 대학·연구기관 탐방 연수에 보내겠다고 공약했다.
학생들의 시야를 넓힌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 조달 방안과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즈니랜드부터 청와대 이전, 주 4일 근무제와 중학생 전원 해외연수까지. 선거철마다 이색 공약이 쏟아지지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제8회 지방선거 당선 기초단체장들의 공약 이행률은 70.42%로 제7회보다 소폭 낮아졌다. 화려한 공약만큼이나 실제 이행 여부도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편 사전투표는 30일까지 진행되며 본투표는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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