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2% 줄어 39조원
주식·코인으로 빠져나간듯
종잣돈 만들기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던 적금 투자가 외면받고 있다.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해서 충족해야 할 조건은 복잡하지만 만기 때 받는 실제 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고전하는 동안 인터넷은행은 초단기 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젊은 투자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1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올 11월 말 적금 잔액은 39조54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5조1264억원에 비해 5조6000억원가량 줄어들며 12% 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기 예금 잔액이 868조원에서 949조원으로 9% 이상 불어난 것과 대조된다.
주요 은행 11월 적금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적금은 2021년 35조원에서 2022년 38조원, 2023년 45조원으로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 손실 위험 없는 예·적금의 인기로 이어졌다.
근래 들어 적금 잔액이 빠르게 빠진 건 개미투자자 증가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서학개미가 급증하면서 주식·부동산·가상화폐를 넘어 예·적금 등 금융 생활 전반에 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코로나19 시기 판매했던 많은 적금 상품의 실질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인증 게시물이 확산했다.
특히 고금리 적금의 우대이율 조건이 까다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표면상으로는 연 10% 고이율 적금으로 홍보하지만, 실제 해당 금리를 모두 적용받기 위해선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더해 최근 정액적립식투자(DCA)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각광받는다는 점도 적금 투자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