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역할 넘나드는 배우들
2인극 속 펼쳐진 무한 변신
몰입과 혼란 사이 새로운 재미
성별 관계 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가 뮤지컬계에 자리잡히는 추세다. 보통은 배역 하나만 젠더 프리 캐스팅을 해서 신선함을 주는 게 일반적인데 창작 뮤지컬 ‘해적’은 전원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화제다. 관객은 하나의 작품을 ‘남성 2인극’ 혹은 ‘여성 2인극’ 두 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온 창작 뮤지컬 ‘해적’이 공연 중이다. ‘해적’은 18세기 초 해적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배우 2명이 출연하는 2인극인데 각각 남녀 1인2역이자 젠더프리 캐스팅됐다. 모든 출연배우가 남녀 역할을 넘나드는 진정한 젠더 프리극인 셈이다.
‘루이스와 앤’ 역에서 남성인 루이스는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후 아버지를 좇아 해적을 꿈꾸는 17세 소년이다. 아버지의 유품 중 하나인 보물섬 지도를 갖고 해적선에 오른다. 여성인 앤은 명사수 총잡이인데 보물섬으로 향하는 길에 함께 오른다.
‘잭과 메리’ 역에서는 남성인 잭은 해적선의 잘생긴 캡틴인데 술주정하고 허술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여성인 메리는 어려서부터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자처럼 자랐는데 검투사로 그들의 일행이 된다.
배우들은 역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캐스팅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남성 배우의 여성 연기, 여성 배우의 남성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진지하게 남녀 역할을 넘나들다보니 몰입이 좀 방해되고 헷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다른 뮤지컬의 젠더프리는 배역 하나에 제한되고 그 배역이 극의 해설자와 같이 성별과 상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 역과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월하 역이 대표적이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젠더 프리 캐스팅은 성의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작품의 다양성 확장과 배우들의 폭넓은 연기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내년 2월 2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