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원료사 선진뷰티사이언스를 가다 “미국 지사, 에스티로더 협력사로 등록 샤넬·로레알·어니스트 등에 원료 공급
이성호 대표, 서천 장항 공장서 인터뷰
6월 ODM 공장 가동으로 매출 증가 기대
자체 브랜드 아이레시피 포트폴리오 확대
올해 매출 두 자릿수 이상 증가 목표”
그로쓰리서치 “목표가 1만2500원”
“화장품 원료 업계 최초로 설립한 미국 지사가 2월 고객사에 납품을 시작합니다. 오는 6월 230억원이 투입된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장항 공장(약 1400평)도 본격 가동합니다. 소재→처방→ODM→임상 연구로 이어지는 뷰티케어 영역 전반의 수직적 통합 플랫폼 사업을 정착 시키겠습니다.”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1968년생)는 지난 17일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978년 선진화학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48년의 업력을 자랑하는데 화장품에 특화된 소재를 연구개발(R&D)하고 생산해 50여개국에 수출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샤넬, 로레알, 에스티로더, 에르메스, 루이비통 계열사,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설립한 어니스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조선미녀, 정샘물,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에 화장품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43-14에 있는데, 수출 대부분을 장항 공장(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항산단북로 11)이 담당한다. 서울에서 약 3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공장은 1만4000평 규모를 자랑하고 인건비 및 운영비가 절감되는 스마트 팩토리다. 자외선 차단 소재, 마이크로비드(미세입자 파우더), 스킨케어 소재 등을 만드는데 연간 생산 능력은 1560억원 수준이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수출 비중이 80%대로 고환율 수혜주다. 2007년 ‘300만불 수출탑’ 달성 후 2023년 4026만불 수출을 기록했다. 수출 폭증엔 제조 역량 강화가 한몫한다. 첫 번째는 높이 35미터, 7층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 공장에서 중력을 이용한 톱다운 분체 생산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톱다운 분체 생산 방식(직하형 수직 이송 방식)을 하면 분체 이송 과정에서 배관 막힘이 없어 수율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2019년 국내 화장품 소재 업체 중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실사를 무결점으로 통과해 글로벌 수준의 제조 공정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이주희 이사는 “이러한 노력으로 중국, 유럽에서 제품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매달 출시하는 신제품이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 아이레시피도 보유 중이다. 현재 올리브영, 무신사, SSG에 입점했다. 또 지난해 임상센터를 개설했고 올해 장항 공장 부지에 완제품 신공장을 완공해 화장품 ODM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에스티로더 협력사 등록 … 160조원 미국 화장품 시장 공략”
이 대표는 “화장품 원료 업계 최초로 설립한 미국 지사는 에스티로더 협력사로 등록돼 올해 매출 50억원이 기대된다”며 “이를 발판으로 약 160조원(2023년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미국 대형 화장품 회사와 직거래를 튼 만큼, 현지 뷰티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고연봉의 베테랑들로 구성된 미국 지사는 사업 다각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6월부터 장항 ODM 공장이 가동과 동시에 공격 영업을 펼칠 것이다”며 “미국 OTC(Over-the-Counter)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OTC는 처방전 없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뜻하며, FDA의 OTC 등록은 자외선 차단제와 같은 제품이 규정된 기준에 맞는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한다는 인증을 완료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FDA 관리 감독을 받는다.
그는 “K뷰티 열풍으로 경쟁사들의 경우 개발비 수천만원과 개발 기간 1~2년을 요구하는데, 우린 그들의 10분의 1금액과 반년 만에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자체 임상 센터도 보유해 ODM 공장의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첫해 매출 목표는 50억원으로 잡았지만,
2~3년 내 1000억원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또 “ODM 공장을 자체 가동하면서 매달 1개씩 내놓는 신제품들의 혁신적인 장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며 “에스티 로더, 로레알 같은 곳에 빠르게 공급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다인종 국가인 미국 뷰티 시장을 공략하려면 색감, 커버력, 자외선차단지수(SFP)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데 자체 보유 표면처리 기술 등을 활용한 원료로 미국 공략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ODM 장항 공장과 OTC 제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북미 공략을 가속화한다.
실적 또한 상승 곡선이다. 2019년 매출 474억원, 영업이익 47억원에서 2023년 매출 726억원, 영업이익 90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53.16%, 91.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9.83%에서 12.45%로 높아졌다. 지난해 3분기엔 누적 매출 608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올해 매출 두 자릿수 증가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감의 배경엔 “고부가가치 화장품 소재 매출 증대와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는데 미국 지사 설립과 ODM 공장에 투입된 고정비 영향이다.
유럽·중국에선 천연 마이크로비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로비드 매출은 2017년 119억원에서 2023년 260억원으로 연평균 14.1% 증가했고, 자외선 차단소재는 같은 기간 95억원에서 190억원으로 연평균 12.2% 증가, 스킨케어 소재는 같은 기간 1억원에서 44억원으로 연평균 78.5% 증가했다.
“수년 내 시가총액 1조 기업 도전할 것”
또 “이탈리아 지사 등 해외 3개 법인과 27개 해외 대리점의 고른 성장과 중국 10대 화장품 브랜드에 화장품 소재를 공급해 중국 현지 시장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1년 런칭한 자체 브랜드 아이레시피는 올해 선케어 라인 강화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순이익 1000억원 회사를 만들어 수년 내 시가총액 1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씨티케이와 동맹을 맺고 자외선차단제 제품 공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고 부연했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화장품 소재 사업 강자라는 것이다. 화장품 소재 특성상 하나의 제품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적은데, 수많은 브랜드 제품에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한 번 적용된 소재는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 계속해서 매출이 발생한다. 소재를 변경하려면 안전성 실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쉽사리 도전하지 않는 이유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48년 업력을 자랑해 인지도와 브랜드 신인도도 우수하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9850원으로 지난해 신고가(6월 14일 2만4200원) 대비 59.3% 폭락했다. 당시 K뷰티 수출 증가로 투자자들의 조명을 받았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캐시카우인 화장품 원료 사업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답했다. 배당금은 2021년 1주당 10원에서 2023년 40원으로 올랐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0.14%에서 0.49%로 높아지는데 그쳤다. 이주희 이사는 “당기순이익의 배당 성향 8%는 유지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총 주식 수는 1220만3280주로 최대주주는 이 대표(지분 33.88%) 외 특수관계인 11인이 지분 54.64%, 자사주 1.58%, 외국인 4.54%로 유통 물량은 40%가 안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98억원, 유형자산 936억원이다. 부채비율 78.3%, 자본유보율 1173.80%로 재무 상태는 건전하다.
연세대학교 생화학 학사 출신인 이 대표의 사회생활 출발점은 LG-EDS(현 LG CNS)였다. 그는 1997년 2월 LG EDS에 입사해 2년간 근무하다가 1999년 4월 부친 회사에 들어갔다. IMF(외환위기) 당시 부친의 사업이 흔들렸는데, 어머니가 “회사와 직원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며 이 대표에게 부탁해 사업가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부도 위기에 있던 회사였기에 입사 당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곤 한다. 그는 연구원, 국내 영업, 해외 영업 등 모든 보직을 경험하다가 2006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적자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어서 모든 게 힘들었지만 한국경제신문 신년호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는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의 기사를 읽으며 무엇이든 시작을 했으면 10년은 해보고 끝을 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사업에 다시 전념했다고 한다.
승부수를 띄운 건 2016년이었다. 당시 매출이 400억원이었는데 장항 공장 건설에 500억원을 쏟기 위해 산업은행에서 300억원 대출을 받았다. 산업은행 관계자가 ‘매출 대비 대출 금액이 큰데 제2의 외환위기가 나면 어떡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린 수출 비중이 커서 환율이 오를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 일사천리로 공장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스티브 잡스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소프트웨어에 진심이면 하드웨어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며 “화장품 원료 회사가 자체 브랜드도 있고 ODM 공장도 가동하고 임상도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기에 도전 DNA로 화장품 업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19일 현재 407억원 주식 부자인 이 대표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존버하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책 ‘1만 시간의 법칙’을 보면 M&A 전문 뉴욕 변호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2000년 초반 화장품 소재는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한국 수출을 담당하는 한 축이 됐다”며 “한때 혁신 기술로 꼽히던 디스플레이 업종에 근무했던 지인들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진뷰티사이언스는 로레알, 샤넬 등 주요 글로벌 기업에 자외선 차단 소재, 스킨케어 소재, 마이크로비드 등 세 가지 품목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며 “국내외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래 업황은 밝은 편이며, 자체 브랜드인 아이레시피와 ODM 사업 확장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회사의 성장을 이미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며 “3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작년 실적은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해 영업이익도 100억원 이상 기대되며 이에 따른 적정 주가는 1만2500원 이상이다”고 분석했다. 현 주가 대비 26.9%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그는 “현 주가는 지난해 6월 고점 이후 화장품 업종 성장률 둔화가 반영돼 하락한 상황이며 이에 시장 관심도가 떨어져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며 “개인 투자자는 매수 시 거래량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서천=윤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