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KIA전 투구를 하고 있는 SSG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감독 입장에선 이렇게 앞장 서서 해주니 정말 고맙죠."
죽음의 9연전 여파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 임시 선발에 대한 고민을 키워카던 때 에이스 듀오가 등판을 자청했다. 드류 앤더슨(31)과 김광현(37·이상 SSG 랜더스)이다. 덕분에 고민을 지웠고 이숭용(54) SSG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16일 전국에 내린 비로 5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프로야구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대신 17일 더블헤더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선발 운영에 어려움이 있던 SSG로선 득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앤더슨은 지난 10일, 김광현은 11일 등판한 터였다. 둘 모두 나흘 휴식 후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숭용 감독 입장에서 고민이 커지던 때 이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3일 NC전을 앞둔 이숭용 감독은 "목요일에 대체 선발을 쓰려고 했다. 5일 로테이션을 맞춰주려고 했는데 오늘(13일) 아침에 앤더슨과 (김)광현이가 '4일 로테이션도 괜찮다. 우리가 던지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며 "외국인 선수와 주장이고 책임감이 있는 선수가 앞장서서 그렇게 해주니 굉장히 고마웠다. 이런 부분들이 아마 선수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 더 탄탄하게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IA전 투구 중인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앤더슨은 1일 NC 다이노스전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챙겼다. 16일은 김광현 차례였으나 비로 인해 5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해졌다. 한화 이글스에선 7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69로 1위를 달리고 있는 4월 최우수선수(MVP) 코디 폰세가 5일 휴식 후 출격 예정이었기에 SSG로선 김광현을 5일 휴식 후 내보낼 수 있다는 게 더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이다.
KBO에서만 통산 172승을 올린 김광현이지만 전성기 때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지난해 12승을 챙기고도 ERA 4.93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던 김광현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주장 완장을 차게 됐지만 경기에선 기복도 있었다.
체력적 부담이 더 심할 나이인 그는 이미 한 차례 나흘 휴식 후 등판 경험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⅓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7실점하며 최악의 피칭을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5일 휴식을 채우게 된 게 반갑게 느껴지는 SSG다.
키움전 이후엔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흐름이다. 지난 3일 LG 트윈스전 6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4실점(비자책)을 기록했고 11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7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펼쳤고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2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던 한화 또한 최근 3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는 모양새이기에 SSG로서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상황이다.
김광현은 올 시즌 9경기에서 첫 승 후 5연패에 빠지며 고전했지만 최근 2경기 선전하며 ERA를 4.07까지 낮췄다. 올 시즌 앞서 지난달 16일 한화전에서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5실점하며 패전을 떠안았던 김광현이기에 이날 한화전은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욕투를 펼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KIA전에서 미소 짓는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