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백신 플랫폼 가동
국내 대학 최대 특수실험실 개소
200일 안에 백신 개발 체계 갖춰
차세대 한타바이러스 백신 연구
고려대의료원이 다음 감염병 유행 대비를 시작했다. 지난 4월 16일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에서 BL3(생물안전 3등급)·ABL3(동물생물안전 3등급) 특수실험실 개소식이 열렸다. 기존 시설을 약 2배(200평) 확장·이전한 것으로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의 생물안전실험실이다.
국내 최대 규모 특수실험실 개소
BL3는 코로나19, 메르스 등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시설로 음압 시스템과 헤파 필터 기반 배기 시스템을 통해 오염 공기의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한다. ABL3는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고위험 병원체에 감염된 실험동물로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의 핵심 시설이다. 두 시설의 완비로 고위험 병원체 분석부터 동물 모델 기반의 효능 평가까지 백신 개발 전 과정을 한곳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됐다.이 특수실험실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이 백신혁신센터(센터장 정희진)다. 국내 유일의 민간 백신 연구개발 기관으로 국산 백신 원천기술 확보와 대한민국 백신 주권 실현을 목표로 한다. 센터는 최근 질병관리청 주관 ‘우선순위 감염병 대유행 대비 신속 개발 기술 구축 사업’에 선정돼 2년간 약 26억 원을 지원받는다. 감염병 유행 발생 시 2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미리 구축하는 국책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차세대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한타바이러스는 정부가 선정한 9개 우선순위 감염병 중 하나로 신증후군출혈열(치명률 1∼15%)과 심폐증후군(치명률 35∼40%)을 유발하는 치명적 바이러스다. 국내에서도 군인과 젊은 연령층의 감염과 사망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선제적 대비가 시급하다.
고려대의료원 감염병 연구의 뿌리는 깊다.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고(故) 이호왕 명예교수가 1976년 한타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 개발까지 성공시킨 것이 출발점이다. 여기에 202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재 100억 원 기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비 50억 원 지원이 더해져 정몽구 미래의학관과 백신혁신센터 설립의 토대가 됐다. 센터장인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은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며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국가와 의료계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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