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을 15일 체포하면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그의 거주지 겸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노 전 정보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사살’ 표현 담긴 노상원 수첩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60∼70쪽 분량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계엄 관련 내용이 주로 적혀 있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는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있고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체포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종과 실명이 함께 병기되기도 했다고 한다.수첩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도 확인됐다. 우종수 단장은 2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 표현이 있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이 실제 체포 또는 사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 속 ‘수거 대상’이 계엄 당시 내려진 14명의 체포 명단과 겹치는지, 실명이 적힌 인물은 몇 명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작성 시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 경찰, ‘보살폰’ 행방도 추적
수첩 속 ‘수거 대상’이라는 표현은 노 전 사령관이 자체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수거 대상’이라는 말은 통용되는 군대식 용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포고령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포고령 속 ‘처단’ 등 거친 표현도 노 전 사령관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특수단 관계자는 “포고령과 관련해 수첩에는 확인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이름도 수첩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수첩 확보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 작성된 내용이)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들이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소지가 많아 말씀 못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노 전 사령관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본인은 사실 거의 진술을 안 하고 있다”며 “주변에 같이 있던 사람들 증언으로 증명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엄 전후 상황을 규명할 단서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보살폰’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역술인으로 활동할 때 사용해 ‘보살폰’으로 불리는 이 휴대전화는 계엄 모의 관련 각종 증거가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할 당시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는 계엄 이후 교체한 기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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