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 바우테르서 수리남 前대통령
40년간 직간접 통치하며 군림
정적 고문·살해한 혐의로 실형
지난해 살인죄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잠적했던 남미 수리남의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향년 79세.
샨 산톡히 수리남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알리고 애도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무부 장관은 “유가족을 통해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전해 듣고 자체 조사를 통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1980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수십 년간 군림하며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난한 사탕수수 농장에서 태어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수리남을 식민통치하던 네덜란드로 향해 군에 입대한다.
1987년까지 수리남을 사실상 통치하다 국제사회 압력으로 잠시 자리에서 물러났고, 1990년 2차 쿠데타로 1992년까지 재차 집권했다. 이후 벌목 및 금광 사업체를 운영하며 정계 막후 권력자로 군림하다 2010년 대선에서 당선됐고, 202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그의 일생은 오명과 범죄로 얼룩졌다. 1982년 당시 자신의 국정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 언론인, 대학교수, 변호사 등 15명을 고문·살해하도록 지시한 죄로 지난해 12월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형 집행기관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거짓말한 뒤 잠적해 경찰의 체포 대상에 올랐다.
앞서 2000년에는 네덜란드 법정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마약밀매 죄로 징역 1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지 세력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주택 제공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
이날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의 자택 밖에서는 지지자 수십 명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편 국내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등장했던 권력자는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으로 비견되면서 한국에서도 한때 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