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칼질에… 행사 규모·콘텐츠 질 유지 비상[국내 3대 영화제 결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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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예산 삭감에 고심
정부 지원영화제 작년 42→11곳
각 수장들 후원금 모집 두팔 걷어

  • 등록 2024-12-12 오전 6:00:00

    수정 2024-12-12 오전 6:30:58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주국제영화제(J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등 국내 3대 영화제를 2019년부터 5년째 매년 찾는다는 영화팬 박승혁(가명·35) 씨. 그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예전만큼 많은 영화를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정부 지원의 축소로 3대 영화제 모두 올해 티켓 가격을 1000원씩 올린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는 “소액이지만 확실히 여러 편을 보는데 부담감은 컸다”고 말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 앞에서 한 시민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정부 지원금을 받은 국내 영화제 수는 지난해 42곳에서 올해 11곳으로 대폭 줄었다. BIFF, JIFF, BIFAN 3대 영화제도 정부 지원금이 최소 2억원(JIFF), 많게는 6억원(BIFF) 가까이 삭감됐다. 줄어드는 정부 지원 속에서도 행사 규모와 콘텐츠의 질을 유지해야 하기에 영화제들의 고민이 깊다.

결국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BIFF’는 올해 일반상영작 예매 가격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다만 BIFF 측은 물가 및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티켓 가격이 △2018년 6000원 △2019년 7000원 △2021년 8000원 △2023년 9000원 등 해마다 꾸준히 올랐던 만큼, 정부 지원의 축소가 티켓 가격 인상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JIFF’와 ‘BIFAN’은 지난해 8000원이던 티켓 가격(일반 상영작 기준)을 9000원으로 올렸다.

기업 후원 확대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도 엿보였다. ‘BIFF’는 올해 공식 후원사인 브랜드 샤넬로부터 전년도의 2배에 달하는 후원금을 유치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이데일리에 “작년에 비해 기업 후원이 50% 이상 늘어 국고지원금에서 발생한 타격을 무리 없이 메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1일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민성욱·정준호 집행위원장, 우범기 전주시장 겸 조직위원장(가운데)이 관객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 중인 ‘JIFF’는 정준호 집행위원장이 후원유치와 대외협력을 통한 재정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년간 명맥이 끊겼던 대한항공(003490)의 후원을 작년부터 재개한 게 대표적이다.

정 위원장이 지난해 임기 시작 이후 3년 내 100대 후원사(자) 확보를 목표로 연락을 취한 곳만 수천 곳에, 직접 기업 오너 등을 한 명씩 만나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전주시의 관광 콘텐츠와 영화제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업도 늘렸다.

다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후원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근원적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사업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후원사들이 만족할 수준의 명확한 성과나 판매 실적을 보여주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상황도 어려워져 후원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열린 지난 7월 7일 부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부천 초이스: AI 영화’ 부문 시상식이 개최된 가운데, (왼쪽부터) 신철 집행위원장, 시상자 장해영 재정문화위원장, 정지영 조직위원장, 배준원 감독, 심사위원 페르디 알리치·스텐 크리스티앙 살루비어가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인 모습.(사진=BIFAN 사무국)

‘BIFAN’은 인공지능(AI) 사업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적극 개척해 성과를 거뒀다. 세계에서 AI 영상 제작을 선도 중인 유명 연사들을 초청한 ‘BIFAN+ AI 국제 콘퍼런스’를 유료로 개최했는데, 예매사이트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다른 영화제들도 자생력을 키워나갈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박광수 이사장은 “영화제 상영작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머 등과 자체 수익 모델 발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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