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SR 간 기관 통합은 대선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기능 조정 등을 놓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어려워서다. 일각에서는 기관 통합 후 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면 노조의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속철도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하던 박근혜 정부에선 철도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였다. SR 설립 반대를 주장한 노조의 파업에 전국 철도가 파행을 겪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 2016년 12월 SRT가 개통한 이후에도 기관 통합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고속철도 통합을 추진했다. 2018년 우선적으로 SR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공공기관끼리 경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2021년 3월엔 국토교통부 주도로 ‘철도 구조 개편을 위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통합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면서도 현행 경쟁 체제를 유지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전문가들은 파업 시 국민 피해가 발생하는 교통 관련 공공기관·공기업 통폐합은 노조의 동의 없이 추진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파업이 이뤄지면 정치권과 정부가 민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도 철도노조가 총파업하면 정부는 국민과 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우려해 정책을 강행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노란봉투법(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의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더 보호받을 수 있어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오는 29일 코레일과 SR의 기관 통합을 요구하기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나 항공은 쟁의 때 국민 피해가 커 준법투쟁만 하더라도 정부 입장에서 정책을 강행하기 어렵다”며 “고속철도 통폐합도 양쪽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