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와 금융증권범죄수사과(과장검사 윤재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건강식품업체 '인산가' 창업주의 2세 김모 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함께 범행에 가담한 공범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허위 감정평가서를 작성한 공인회계사 2명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본잠식 회사 끼워넣어…"전환사채 180억 발행"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차량용 카메라 렌즈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A사의 경영권을 매각하려 했던 실질사주 백모 씨의 배임 행위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인수합병(M&A) 브로커 역할을 맡아 2022년 말 B사 대표와 함께 A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B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의 자회사 C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 일당은 공인회계사를 매수해 자본잠식 상태였던 C사의 기업가치를 약 316억 원으로 허위 감정하게 했다. A사는 해당 주식 인수 대가로 전환사채 180억 원어치를 발행해 B사에 넘겼고, 이 자금은 곧바로 현금화돼 김 씨(13억 원), 백 씨(24억 원), A사 임원 C·D 씨(각 2억6천만 원·1억7천만 원), C사 대표 E 씨(30억 원) 등에게 분배돼 사채 담보 등으로 활용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회계 감정에 가담한 공인회계사들도 1억 원 상당의 대가를 받은 혐의가 드러나며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백 씨가 전환사채 180억 원이 자신의 경영권 매각 대금으로 쓰일 것을 알면서도 이사회 결의나 임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본잠식 상태의 C사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A사는 회사 자금 180억 원이 외부로 유출되는 손해를 입었고 결국 지난 3월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A사의 소액주주 200여 명이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검찰이 A사 및 관계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씨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으며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권을 남용하는 등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