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꿈 지키는 오거스타의 고집

1 day ago 4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18번홀 그린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18번홀 그린 위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250만달러) 2라운드가 열린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 2번홀. 2연패에 도전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의 티샷을 기다리던 기자의 등을 현장 직원이 톡톡 건드렸다. “마담, 모자를 똑바로 써주세요.” 모자의 캡이 시야를 가려 뒤집어 쓴 것이 에티켓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전통을 지키는 골프장이다. 누구든 코스안에서 뛸 수 없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반입 자체가 금지된다. 역대 메이저 챔피언 자격으로 특별초청된 1989년 디오픈 우승자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조차 클럽하우스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리더보드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이름과 숫자를 바꿔낀다. 대회 자체에 집중하게 하려는 뜻이라지만 “다소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종라운드가 열린 12일,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매킬로이를 따라다니다가 13번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한 모습까지 보고 기사 준비를 위해 돌아섰다. 13번홀 그린 상황이 궁금해 견딜 수 없던 그때, 뒤편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헐레벌떡 근처에 있던 리더보드 앞으로 갔다. 직원이 매킬로이의 스코어를 12에서 13으로 바꾼 순간 옆에 있던 패트런들과 환호하며 기쁨을 나눴다. 경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골프대회의 원형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완고한 원칙을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지원과 투자다. 대회 전 일요일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는 ‘여성 인재들이 ‘금녀의 구역’이었던 세계 최고의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제니퍼 컵초, 로즈 장(모두 미국) 등이 이 대회 우승자다. 월·화요일에는 미국 전역의 골프 꿈나무들이 참여하는 ‘드라이브 칩 앤 퍼트’를 열고 수요일에는 출전 선수들이 가족, 지인들과 함께하는 ‘파3 콘테스트’로 가족의 가치를 되새긴다.

미래세대에 대한 애정은 본대회에서도 확인됐다. 1, 2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US아마추어 오픈 우승자 메이슨 호웰과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호웰은 비록 커트탈락했지만 “로리처럼 골프를 즐기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프로선수가 되고싶다”고 밝혔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고집이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의 길임을 보여준 순간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