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평화도 아니다"…교착 상태 이어지는 '이란 전쟁'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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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3 17:15 수정2026.04.23 17:16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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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휴전하는 기간이 며칠이라는 보도를 부인하고 기한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란과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역봉쇄 해제는 약속하지 않았다. 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상선을 나포하면서 해협 통행량은 하루 한 척으로 쪼그라들었다.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이 언제, 어떻게 재개될지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전은 연장하고 이란에 대한 봉쇄 조치는 유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에 공 넘긴 美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회담이나 휴전 기한과 관련해 “시간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것(이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요구하는 ‘통일된 제안’을 받는 것에 대해 “확정된 기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앞서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기간으로 “3~5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를 부인한 것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 내 실용주의자와 강경파 간의 싸움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일된 대응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이 단시일 내에 내부 갈등을 봉합해 미국이 원하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36~72시간 내 이란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폭스뉴스 질문에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SNS에서 이란을 비난하는 내용을 크게 줄인 것은 그가 실제로는 우려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언론과 산발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공개행사 참석 계획이 줄어든 것도 그가 상황을 낙관하지 않을 때 흔히 보여 온 패턴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상선에 대한 공격과 나포 작전을 잇달아 감행하면서 지난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한 척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레빗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위에 참여한 여성 8명을 처형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고 SNS에 적었으나 이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함께 협상파를 형성하고 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언제나 대화와 합의를 환영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봉쇄가 지속되는 것이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이 먼저 봉쇄 해제조치를 해야 협상장에 발을 들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미군 내부 갈등 격화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식어가는 가운데, 지금 당장 양측이 종전에 합의한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국방부의 의회 보고 내용을 인용해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데 반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은 각각 배럴당 94.49달러, 103.40달러로 1% 넘게 상승했다.

22일 경질된 존 펠런 미 해군장관(가운데)이 지난해 12월 22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해군의 황금함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 경질된 존 펠런 미 해군장관(가운데)이 지난해 12월 22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해군의 황금함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다른 군 장성 간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것도 변수다. 미 국방부는 이날 존 펠런 해군장관이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전날까지 의회 보고와 취재진 면담 등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그가 갑작스레 물러나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후 대응, 향후 전략 등에 관한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해군 경력이 없는 사업가 출신 펠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황금함대와 트럼프 전함 등의 아이디어를 직접 발표한 그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대통령이 관련 명령을 헤그세스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WSJ는 추정했다. 펠런 장관이 한국 등 동맹국 해외 조선소에 군함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였다는 주장(헌터 스티어스 전 해군 장관)도 나오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을 경질했다.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과는 공개적으로 으르렁대는 사이다. 잭 리드 미 상원 군사위 소속 최고위원(민주당·로드아일랜드)은 “국방부 최고위층의 혼란은 우리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 동맹국들, 그리고 적대국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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