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일대 150억대 피해
경찰, 집주인과 중개사 수사
LH 피해주택 우선매입 제도
다가구 주택은 사실상 불가
대환대출 기금도 벌써 소진
청년층을 노린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이 장기화되면서 피해자 중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보상받는 과정이 쉽지 않고 예산이 부족해 아예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24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권 모씨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서울 강서구, 송파구, 강동구 등에 총 15개 건물을 소유한 그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임차인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건물 대부분은 현재 부동산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피해자는 약 130명이며 피해자들이 예상한 총 피해액 예상치만 해도 150억원을 넘는다.
권씨는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권씨와 함께 공범으로 지목된 공인중개사 등 4명을 불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 이들의 수사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로 강서구에 거주하는 윤 모씨는 자취방 계약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을 찾았다가 전세사기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윤씨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집주인의 무자본 갭투자로 죄 없는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며 “정작 국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형사 고소 후 윤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정부에 피해 회복을 신청했다. 지난 9월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정부 지원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 주택을 우선 매수하고 경·공매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돌려주거나 최장 10년간 무상 거주를 지원할 수 있다.
제도가 개선됐다곤 하지만, LH가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선 피해자 전원 동의가 필요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한 건물 내 여러 개 호실로 구성된 다가구주택은 건물 통째로 하나의 등기만 돼 있다. 이 경우 2명 이상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고 피해자 전원이 동의해 사전 협의를 신청해야만 LH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
윤씨는 “피해자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LH 우선매수권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존 고금리 대출금, 연체금을 저금리 대출로 갚는 대환대출 제도가 있지만 이마저도 문턱이 높다. 전세사기는 피해자가 수백 명 양산돼 지원 신청이 밀려들고 이에 일선 상황에 따라 지원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긴급생계비 지원을 위한 긴급피해지원 대상자 선정도 까다롭다.
또 다른 피해자 양 모씨는 “강서구 내 피해자가 너무 많아서 대환대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은행에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