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초불확실성의 시대, 더욱 빛나는 브랜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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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 지식재산처장김용선 지식재산처장

경제학 분야 석학인 갤브레이스(Galbraith)는 1977년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경제와 사회, 과학기술, 안보 등 전 영역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가 지난 오늘의 세계 정세는 그 진단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자국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보호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동시다발적인 국지적 분쟁이 더해져 기업의 미래예측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혹자는 이를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때에 우리기업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현지상황으로 인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고, 때로는 자산을 매각해야하는 선택에 직면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기업의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틈을 노리고 있다. 한 글로벌 외식기업이 러시아 등 분쟁지역에서 철수한 직후, 현지에서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제3자의 상표가 출원된 것이 그 사례이다.

흥미로운 점은 상황이 그렇다보니 기업의 분쟁지역 브랜드 전략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사업을 중단하며 브랜드 관리에 소흘한 모습이었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 예로 아직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등 기업의 상표권 출원이 2023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4년에는 소폭 증가했다. 우리 기업의 출원도 2021년 1829건에서 2023년 978건까지 줄었다가, 2024년은 다시 1167건으로 늘었다. 상표가 장래의 시장 재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라는 기업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보면서 분쟁지역에서의 비즈니스 활동 중단이 브랜드의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브랜드는 기업이 오랜 기간 고객들과 호흡하면서 쌓아 올린 신뢰의 상징이자 기업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상표권까지 포기하면, 그 동안 축적된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은 사라지고 그간의 노력과 성과는 물거품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정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분쟁지역이 미래에는 중요한 시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상표권 유지를 통해 브랜드를 지키는 일 그 자체가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코카콜라 공장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불타도, 브랜드가 살아 있다면 곧 일어설 수 있다”는 코카콜라 고위임원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우리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쟁과 경제 제재, 외교 갈등 등 변수는 민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해외 상표 분쟁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해외지식재산센터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권리 확보와 분쟁 대응을 지원해 왔다.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힘은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맞물릴 때 더욱 커진다. 앞으로 정부 각 부처와 해외지식재산센터, 재외공관 및 민간 협·단체가 긴밀히 소통하며 함께 움직인다면 지원을 더 적시에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50년 후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한 치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울트라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의 가치는 변함없이 더욱 빛날 것이라는 점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iprkha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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