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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부는 겨울, 뜨끈한 구들방에서 말아 먹던 차가운 국수는 남한으로 넘어와 여름 대표 음식이 됐다. 본격적인 냉면의 계절을 앞두고 평양냉면 마니아와 전문가 10인에게 추천 식당 10곳을 물었다. 1위부터 10위까지 각각 점수(1위는 10점~10위는 1점)를 매긴 뒤 합산해 12곳(공동순위 포함)을 추렸다.
‘우래옥’의 평양냉면. 이설 기자 snow@donga.com
1946년 개업한 ‘우래옥’.
[공동1위] 우래옥 소가 음메∼ 하는 육수
서울 중구 우래옥(又來屋)은 대한민국 평양냉면 역사를 상징하는 육향(고기 향)파 종가다. 한우 살코기만 오랜 시간 우려낸 진한 육수가 시그니처. 1만6000원이던 가격이 최근 1만8000원으로 올랐다. “초심자에게는 강렬한 입문을, 마니아에게는 결국 돌아오게 만드는 종착역” “소고기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향을 육수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1985년 문을 연 ‘필동면옥’.
[공동1위] 필동면옥 선주후면의 성지
고춧가루와 파, 얇게 썬 청양고추를 뿌려낸 ‘의정부 계열’ 핵심 식당이다. 계열 본산인 의정부 ‘평양면옥’ 장녀가 운영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차갑게 식힌 육수는 “정화수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발은 전분을 섞어 찰지고 목넘김이 좋다. 냉수육도 팬층이 두텁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하다” “술 마시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평.
[2위] 을지면옥 낙원동 시대에도 굳건한 전통
의정부 계열 중에서도 염도가 높은 편이다. 고춧가루, 파, 그리고 통깨를 넉넉히 뿌려, 국물을 들이켜면 입안에서 알싸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재개발로 인해 2022년 서울 을지로를 떠나 종로구 낙원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냉면 맛은 그대로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선정 이유는 “특유의 세련된 담백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냉면과 제육의 조화는 서울 최고 수준” 등이다.
[공동3위] 진미평양냉면 서울 강남권 평정 하이브리드
서울 강남구에서 개업한 지 10년 만에 1세대 노포를 위협하는 강자로 성장했다. 임세권 대표는 의정부 평양면옥(3년)과 장충동 평양면옥(17년) 주방을 모두 거쳤다. 양 계보의 장점만 흡수해 직관적으로 맛있는 한 그릇을 선사한다. ‘촉촉담백’의 정석인 만두도 인기다. 제육과 편육 같은 다른 메뉴도 완성도가 고르게 높다.
[공동3위] 의정부 평양면옥 계보의 시작이자 전설
의정부 평양면옥은 대한민국 평양냉면의 한 축인 의정부 계열 본가다. 1·4후퇴 때 월남한 고 홍영남 김경필 씨 부부가 1969년 개업한 뒤 필동면옥, 을지면옥, 잠원동 평양면옥의 뿌리가 됐다. 소와 돼지 고기를 함께 삶아 맑은 육수를 낸다. “약간 ‘우유비릿’하고 고소한 육수 맛이 일품” “단정하지만 투박하고 힘 있는 원조의 맛” “고춧가루와 파가 내는 알싸함이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는다”는 평.
‘정인면옥’(광명)의 평양냉면.
[4위] 광명 정인면옥 가성비와 맛, 두 마리 토끼
1971년 경기 광명시장에서 출발한 정인면옥은 2014년 여의도로 확장 이전했다. 당시 이 식당을 인수한 지인이 상호를 바꾸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초기에는 공유받은 정인면옥 레시피를 따랐으나 지금은 독립된 길을 걷고 있다. 가격(1만2000원)도 매력적이다. 김작가는 “정인면옥 냉면은 (벨벳 언더그라운드 노래) ‘페일 블루 아이즈’ 같다. 심플하고 반복적인데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따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5위] 장충동 평양면옥 3대째 이어온 슴슴한 어울림
1985년 창업주 변정숙 할머니가 문을 연 서울 ‘장충동 계열’ 본점이다. 본점은 큰아들, 논현점은 둘째 아들이 맡았다. 본점과 논현점 대표 자녀들이 각각 도곡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이끈다. 맛있게 심심한 육수에 오이 고명이 어우러져 청량감을 극대화한다. 의정부 계열과 우래옥의 중간 맛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맹물인가 싶다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고기 향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6위] 서령 강원도-강화도-서울, 장인의 여정
서울 중구 서령(西嶺)의 뿌리는 2001년 강원 홍천군에서 시작된 ‘장원막국수’다. 이곳에서 제면의 기틀을 닦은 뒤 2019년 강화도로 터를 옮겨 ‘강화 장원막국수’를 열었다. 2021년 평양냉면으로 종목을 살짝 틀고 상호도 서령으로 바꿨다. 100% 순면으로 강화도에서 보기 드문 ‘오픈런’ 식당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4년 5월 서울로 이전한 뒤 2년 만에 전국구 ‘성지’로 성장했다. “순면 100%를 추구해 온 고집이 꽃을 피운 것 같다”라는 평.
‘광평’(본점)의 평양냉면.
[7위] 광평 뛰어난 평냉과 우수한 친구들
서울 서초구 ‘서관면옥’과 ‘울릉’에서 내공을 쌓은 김인복 셰프가 2022년 선보인 곳이다. 한 선정위원은 “면의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제주 광평리에서 재배한 100% 순메밀로 제면하는데, 일반 메밀과 쓴 메밀을 섞어 메밀향과 식감을 최적화했다. 육수는 암소 살코기로만 우려냈는데, 적당히 ‘음메’ 하는 맛이라 감탄이 나온다. 열무잎, 무생채, 배, 파 등 층층이 얹힌 고명과 면발의 조화도 훌륭하다.
[8위] 양각도 탈북 요리사가 재현한 평양의 맛
함경도 함흥 출신 탈북민 윤선희 셰프가 2017년 경기 고양시에 만든 식당. 북한 국영 식당에서 20년 일한 경력으로 평양냉면, 굴린만두, 어복쟁반 같은 다양한 북한 음식을 선보인다. 닭, 소, 돼지로 육수를 내 서울 노포 계열과 다른 결의 평냉을 맛볼 수 있다. “만두피 없이 만두소를 곡물에 굴려 만든 굴린만두와 쟁반냉면은 꼭 맛봐야 할 별미”라고.
[9위] 을밀대 본점 거친 면발과 살얼음의 마력
1971년 시작된 서울 마포구 을밀대는 살얼음 육수로 팬층이 두텁다. 살짝 한약재 향이 감도는 진한 육수와 오돌토돌한 면발이 시그니처다. 평냉이 낯선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고 김인주 창업주의 장남이 가업을 잇고 있다. “살얼음 낀 육수와 진한 메밀 향이 황금비율로 어우러진 맛” “해장은 역시 을밀대”라는 평을 받았다.
[10위] 정인면옥 여의도점 오류동 계열 잇는 팔방미인
1972년 문을 연 서울 구로구 ‘오류동 평양면옥 계보를 잇는 곳. 창업주 셋째 아들이 2012년 부모님 성함 가운데 각각 ‘정’ 자와 ‘인’ 자를 따서 경기 광명에 정인면옥을 열었다. 광명에서 얻은 명성을 발판으로 2014년 여의도로 진출했다. 도심에서 수준 높은 순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순위 진입의 원동력이 됐다.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두루 납득할 만한 밸런스를 갖췄다”는 평.
선정위원단(가나다순) 김작가 음악 평론가·평양냉면 마니아 /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페이스북 평양냉면 커뮤니티 회장 / 김종혁 ㈜모리사와코리아 대표·평양냉면 커뮤니티 회원 / 박정배 음식작가 / 윤대현 ‘옥돌현옥’ 대표 / 이용재 음식 칼럼니스트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 주성하 북한전문기자 / 탁재형 PD·유튜브 ‘탁수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