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지역 이전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예종은 28일 입장문에서 "예술 교육은 단순히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며 "예술적 영감과 실무적 역량은 현장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전문 인프라와의 접근성, 그리고 예술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인 결합 속에서 탄생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전 논의는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예종은 이전 시 예술 교육의 핵심인 현장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학교는 "본교의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진과 풍부한 공연·전시 인프라, 그리고 예술 현장과의 긴밀한 연계에서 나온다"며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물리적 이전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국가적 예술 자산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 구성원의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예종은 앞선 23일 재학생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언급하며 "학교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다각도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석·박사 학위 과정 도입과 학교 이전 사안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예종은 "본교의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는 글로벌 예술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필수적인 입법 과제"라며 "반면 학교 이전 문제는 교육 현장의 특수성에 비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성격이 다른 두 사안을 하나의 안(案)에서 병행 논의하는 것은 예술 교육 발전을 위한 학제 개편의 본질을 희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 대해서는 "국가 예술 교육 기관의 거점을 조정하는 문제는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주무 부처를 비롯한 정책 당국과의 실무적 협의 없이 진행되는 해당 안은 학교의 경쟁력을 상실시킬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예종은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의 이전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고도화하고 예술 현장과의 결합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지원"이라며 "예술 교육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고, 해당 안에 대한 일방적인 추진에 앞서 교육 현장인 본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한예종을 전남광주광역시로 이전하고 예술전문사 과정 이수자에게 석·박사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대학원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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