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발표
치루 터널 주변에 PDRN 주입
수술 뒤 치루 닫힌 비율 83.3%
윤용식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이종률 교수 연구팀은 크론병 치루 수술 과정에서 PDRN을 국소 주입한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분석한 결과 기존 수술법보다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크론병 및 대장염 분야 국제 학술지 ‘염증성 장질환(IBD)’ 최신 호에 게재됐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 상당수가 항문 주위에 고름 통로가 생기는 치루를 경험한다. 크론병 치루는 통증과 분비물, 반복적인 염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일반 치루보다 재발률이 높고 상처 회복도 더뎌 치료가 쉽지 않다.
현재 크론병 치루 치료에는 수술과 약물 치료가 시행되고 있으며 줄기세포 치료는 약 70% 수준의 성공률을 보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과 복잡한 제조 공정 탓에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연구팀이 주목한 PDRN은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DNA 조각을 정제해 만든 물질이다.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인체 DNA와 구조가 유사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피부 재생과 흉터 치료, 각막 손상 회복, 관절 및 인대 손상 치료 등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PDRN이 세포막의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활성화해 염증을 억제하고 신생 혈관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조직 재생과 상처 치유를 돕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치루 터널 주변에 PDRN을 고르게 주입하는 표준화된 수술 기법을 적용해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크론병 치루 수술을 받은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PDRN을 사용한 환자는 21명, 사용하지 않은 환자는 26명이었다.분석 결과, 수술 1년 뒤 치루가 완전히 닫힌 비율은 PDRN 사용군이 83.3%로 나타났다. 이는 미사용군의 46.2%보다 약 1.8배 높은 수치다. 회복 속도 역시 더 빨랐다. 완치까지 걸린 기간은 PDRN 사용군이 평균 3.3개월로 미사용군의 5.9개월보다 약 2.6개월 짧았다.PDRN의 또 다른 장점은 경제성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PDRN은 기존 줄기세포 치료와 비교해 비용이 약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별도의 세포 배양 과정 없이 기성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크론병 치루 치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완치율과 높은 재발률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PDRN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물질로 수술뿐 아니라 외래 진료 환경에서도 비교적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어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적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PDRN을 크론병 치루 치료에 적용해 효과를 입증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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