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서울은 ‘현(絃)의 도시’가 된다. ‘바이올린 여제(女帝)’ 재닌 얀센과 미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일본의 바이올린 거장 미도리, 러시아 비르투오소 막심 벤게로프,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정통 후계자’ 오귀스탱 뒤메이 등 세계 최고의 명문 악단, 공연장들이 앞다퉈 찾는 대가들이 한국에 총집결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을 압도하는 협연부터 바이올린의 강렬한 음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독주(獨奏)까지. 한국에서 바이올린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10월과 11월이 적기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NDR 엘프필하모니 솔리스트로
네덜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은 오는 11월 4~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스트리아 악단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협연한다. 재닌 얀센은 힐러리 한, 율리아 피셔와 함께 ‘21세기 바이올린 트로이카’로 불리는 연주자다.
1997년 열아홉 살 나이로 네덜란드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5년 유명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의 개막 무대에 오른 데 이어 이듬해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네메 예르비)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바이올린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에디슨상, 에코클래식상 수상자인 그는 뉴욕 카네기홀 ‘퍼스펙티브 아티스트’, 런던 위그모어홀 ‘레지던스 아티스트’ 등을 거쳤으며 현재 빈 무지크페라인의 ‘포커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얀센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4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5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10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솔리스트로 청중과 만난다. 조슈아 벨은 열네 살의 나이로 리카르도 무티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로부터 3년 뒤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하면서 극찬을 얻었고, 이듬해엔 열여덟 살의 나이로 명문 클래식 음반사인 데카(Decca)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현재 소니 클래식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조슈아 벨은 미국 그래미상, 영국 그라모폰상, 독일 에코클래식상 등 국제적 권위의 음반상을 전부 휩쓴 명바이올리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프랑스, 일본, 러시아…거물급 바이올리니스트 연이어 한국행
오귀스탱 뒤메이는 11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과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제자로 탄탄한 기본기, 우아한 음색, 탁월한 음악성을 갖춘 그는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정통 후계자’로 통한다. 음반 녹음 중이던 그의 연주에 깊이 감명받은 명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80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솔스트로 뒤메이를 낙점한 건 지금까지도 음악계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이후 그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런던 심포니 등 세계 정상급 악단과 협연하면서 천재적인 연주력과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뒤메이는 도이치그라모폰(DG), 워너 등 세계 주요 클래식 음반사와 작업하며 4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해왔으며, 그중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함께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집은 '세기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의 바이올린 거장 미도리는 한국에서 20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이에바 요쿠바비추테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미도리는 열한 살 때 전설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1986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솔리스트로 오른 그가 바이올린 줄이 두 차례 끊어졌음에도 악장, 부악장의 악기를 빌려 가며 끝까지 훌륭한 연주를 선보인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의 NDR 교향악단과 녹음한 힌데미트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미도리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풀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로베르트 슈만의 ‘3개의 로망스’, 슈베르트의 ‘화려한 론도’ 등을 연주한다.
러시아 출신의 명바이올리니스트 벤게로프는 11월 22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연다. 벤게로프는 1980년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린 인물이다. 열 살 때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엔 카를 플레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 자리에 오르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엔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야샤 하이페츠의 뒤를 잇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계보의 ‘적자’로 꼽혔다.
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바이올리니스트로도 유명하다. EMI 등 유명 클래식 음반사와 꾸준히 작업해온 그는 그래미상, 그라모폰상(2회), 에코클래식상(2회), 에디슨상(5회) 등 국제적 권위의 음악상을 모조리 거머쥐며 명성을 쌓았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티나 G단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