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관이라고 하면 대개 고급스럽고 퀄리티 좋은 신선식품들이 있는 공간을 먼저 떠올린다. 정갈하게 진열된 식료품, 이국적인 식재료들을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 요즘의 식품관은 결이 조금 다르다. 이제는 새로 출시된, 인스타에서 핫한 초당 옥수수 마들렌 한 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공간이 됐다.
즉, 장을 보는 공간이라기보다 ‘구경하는 공간’에 가까워졌다. 이 변화는 리테일 전반의 소비 방식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식품관은 지금 가장 빠르게 변하는 소비 형태들이 모이는 집합소다. 그 중심에는 ‘장보기’ 기능보 다 새로운 F&B(식음료)의 소개가 있다.
그중에서도 디저트는 형태와 맛, 비주얼, 콘셉트까지 무궁무진하게 변주될 수 있는 카테고리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빠르게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이제 소비자는 ‘필요해서’가 아니라 ‘보고 싶어서’ 공간을 찾는다. 구경할 거리만으로도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주느냐다.
실제로 백화점 식품관이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식품관의 연관 음식 상품들을 살펴보면 1위가 디저트다. 5위 안에 장보기에 해당하는 신선식품은 과일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빵,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류이다.
백화점 식품관에 발길이 가는 이유
한국에서 F&B는 단순 먹거리가 아니다.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접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카테고리다. 그중에서도 디저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화 되고 있다. 지금의 식품관은 새로운 먹거리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트렌디 채널이자, 이 흐름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마치 만국 박람회처럼 우리는 다양한 먹거리의 베리에이션을 눈으로 즐기고 픽업해 오기 위해 들른다. 발 빠르게 취향을 흡수한 F&B 콘텐츠들로 채워지는 백화점 식품관은 장을 보는 식품관 고유 기능보다는, 새로운 디저트 팝업, 새로운 브랜드와 아이템의 소개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콘텐츠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소비자의 발걸음은 매출로도 증명되고 있다. 식품관 자체가 백화점 방문의 창구이자, 방문의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매출에서 식품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2.7%에서 2023년 13.2%, 2024년 13.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백화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공간일 수 있지만, 식품관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그래서 식품관은 고객이 백화점을 처음 경험하는 가장 쉬운 접점이 된다.
왜 일본백화점 식품관을 이야기할까
여전히 백화점 식품관 하면 일본 백화점의 식품관을 많이 떠올린다. 소비자 언어로, 유통 채널 중에서 해외의 유통 채널과 일대일로 비교되는 채널은 백화점 식품관이 유일하다. 일본의 백화점 식품관은 작은 디저트 하나에도 디테일한 포장과 서사를 담고, 한 개 단위로도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제는 음식 자체나 브랜드뿐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는 이야기와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고려한다. 사람들은 물건이 아니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소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좋은 상품을 모아 놓은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신세계의 ‘스위트파크’는 ‘디저트’를 콘텐츠화 하여 브랜딩한 좋은 예시다. 이는 단순한 네이밍이 아니라, 식품관을 어떻게 인식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어떤 재료를 쓰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까지 함께 소비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이 스토리와 맥락은 단순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브랜드와 공간을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리 브랜드와 공간은 어떠한 경험 콘텐츠를 선사할 것인가. F&B의 콘텐츠화는 무궁무진한 변주의 가능성 덕분에 더욱 가볍고, 빠르고, 재치 있게 소비자의 경험에 대한 욕망을 채워 갈 것이다. 결국 방문객을 어떻게 사로잡고, 더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곧 그 공간의 경쟁력이 아닐까.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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