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앱' 위장한 폰지 사기
고령층 집중됐던 폰지 사기
이젠 2030세대로 피해 확산
주식·코인 소외감 파고들어
작년 건당 7800만원 피해
10년새 피해액 54배 폭증
작년 8월 군적금 만기 수령액으로 약 1700만원을 손에 쥔 20대 대학생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자 인플루언서의 리딩방에 들어갔다가 두 달 만에 전액을 잃었다. B씨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 인증이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며 "투자 평가액이 2억원을 넘기려는 시점에 출금이 차단됐다. 지금도 현실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돈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주식을 샀다면 지금 평가액이 얼마였을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령층에 집중됐던 '폰지 사기' 등 사이버 경제범죄 피해가 최근 들어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상자산 광풍 속에서 자산 격차에 소외감을 느낀 청년들이 단기간에 격차를 메우기 위해 '고수익' 미끼를 덥석 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SNS 투자 인플루언서, 단기 수익 인증 콘텐츠 등 청년층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통로가 그대로 사기 유입 경로로 이어지면서 피해자 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 디지털 자산 미끼 유사수신 급증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건은 총 1640건이 발생했다. 이는 2024년 1426건 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종전 최다치인 2009년 1635건을 경신했다. 2009년 사건이 다단계 방문판매와 부동산·금·유전 등 실물 투자를 앞세운 오프라인 모집 중심이었다면, 최근 사건은 가상자산·인공지능(AI) 트레이딩 등 디지털 자산을 미끼로 내건 비대면 모집이 주류다. 유사수신은 인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로, 실제 수익 없이 새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유형이다.
지난해 발생한 유사수신 사건의 대표 피해자를 연령대로 구분하면, 60대 이상이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대 25.6%, 30대 17.6%, 40대 14.2%, 20대 10.4% 순으로 집계됐다. 2024년까지만 해도 대표 피해자 중 51세 이상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50%대로 낮아지고 젊은 층 비중이 확대됐다. 사회 진입기에 모은 첫 목돈을 잃는 만큼 회복이 쉽지 않고, 가족·지인망 안에서 피해 사실이 공유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흩어진다는 점도 청년 피해의 특징으로 꼽힌다.
◆ 가짜 수익인증·정교한 앱 눈속임
세대를 불문하고 피해자들이 걸려드는 미끼는 고수익과 원금 보장이라는 두 가지 약속이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높은 수익까지 거두는 금융상품은 실제로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기범들은 위조한 거래 화면과 가짜 수익 인증서, 정교하게 설계한 가상 운용사 홈페이지까지 동원해 의심을 무력화한다. 초반에는 약속한 수익 일부를 실제로 지급해 신뢰를 쌓은 뒤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금이 일정 규모를 넘긴 시점부터 출금이 막히고 운영자가 잠적하는 전형적인 폰지 구조가 그대로 작동한다.
젊은 층이 고수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고령층은 원금을 보장한다는 사기꾼들의 말에 경계심을 푼다. 평생 은행 예·적금만 고집한 70대 C씨는 지난해 지인 소개로 '원금은 100% 보장되고 월 5% 배당이 나온다'는 가상자산 투자 상품에 전 재산 3억원을 넣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C씨는 "특별한 수입이 없는 노인에게 원금 보장은 의미가 크다"며 "수익금도 월배당 형식으로 돌려준다는 말에 덜컥 속고 말았다"고 말했다.
피해 양상도 과거와 달라졌다. 다단계 사무실에 모여 설명회를 듣고 입금하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모든 과정이 사기 조직이 자체 제작한 메신저와 전용 투자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이뤄진다. 함께 사는 가족조차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는 일이 적지 않고, 피해자 자신도 운영자가 잠적하기 직전까지 정상 거래로 인식하다 일순간에 자산을 잃는 구조다.
◆ 최근 5년간 피해 규모 16조원
유사수신 등 폰지 사기를 포함한 전체 비(非)거래형 사이버 경제범죄 피해액 규모는 최근 5년간 15조8846억원에 이른다. 비거래형 사이버 경제범죄로 인한 연간 피해액은 2021년 1조178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조원대에 진입한 이후 2023년 2조558억원, 2024년 3조3708억원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피해액이 10조원을 돌파할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기반 경제범죄가 고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디지털 금융 전문가는 "전형적인 금융 사기에 기술이 결합되면서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지고 있다"며 "개발 지식이 없는 사람도 AI를 활용해 범죄 수단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운용사를 사칭한 웹사이트, 차트·잔액·수익률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투자 플랫폼 앱, 챗봇 상담원 등을 누구나 AI로 쉽게 만들어 범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자체 투자 플랫폼 등을 이용한 폐쇄형 사기 구조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범행을 계획한 사람이 피해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간에 앱이나 웹사이트가 폐쇄돼 증거가 사라지면 수사기관도 피해자가 정확히 어떤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자경 기자 / 문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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